지난 21일(일요일) 오후. 서면역으로 가는 부산 지하철 안에 설치된 액정모니터에는 CGV 광고가 쉴새없이 나온다. 서면역에 내리자 ‘영화관은 메가박스’라며 화살표로 영화팬을 유인하는 광고물이 눈에 띄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서면 롯데백화점 입구에는 롯데시네마의 안내표지가 드러나 있다. 영화관 안으로 들어서면 한층 열기가 뜨겁다. 대형 전광판이나 TV수신 모니터에는 조만간 개봉할 영화 예고편 광고가 나오고 무슨 무슨 할인서비스, 제휴서비스에다 5월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이벤트에 대한 소개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부산 서면지역이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최대 접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멀티플렉스 서면 대전(大戰). 서면이 주목받는 이유는 3개 영화관이 서면역을 중심으로 밀집해있기 때문. 3개 영화관이 한 지역에 함께 모여있는 경우는 전국적으로 서면이 유일하다. 따라서 동일한 서면상권 유동인구를 관람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가장 첨예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좌석점유율이나 관객 동원수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친구’의 촬영지 등으로 부산이 영화도시로 부상하면서 서면의 영화관 비즈니스에 이들 3사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CGV-롯데-메가박스 순으로 생겨나=서면에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것은 지난 2000년 5월. CGV 서면12가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그 다음 롯데시네마가 2001년 6월에, 메가박스 서면이 2001년 10월에 각각 문을 열었다. CGV 서면12는 지오플레이스, 메가박스는 밀리오레 서면점, 롯데시네마는 롯데백화점 부산점에 입주, 모두 대형 쇼핑몰을 끼고 있으며 영화관 주변에 게임파크나 패스트푸드점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동일한 입지조건이다.
스크린 수에서는 CGV가 12개로 가장 많고 롯데시네마가 11개, 메가박스가 7개로 뒤를 달리고 있다. CGV의 경우 서면 12개 스크린 이외에 주변지역에 대한시네마 4개 스크린을 더 확보하고 있으니 시기에서나 규모면에서나 선발주자인 셈. CGV와 롯데시네마는 65%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메가박스는 평일 30%, 공휴일 70%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해 모두 관객유치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특히 CGV 서면12의 경우 전국 CGV내에서도 강변점에 이어 두번째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총 관객수에서도 인천점에 이어 두번째를 달리는 등 좋은 비즈니스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멤버십 유치전-이벤트 열기 후끈=이들 3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멤버십 유치전과 각종 이벤트 프로모션.
CGV는 현재 부산지역에서 11만명의 멤버십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독자적인 가맹점 비즈니스를 통해 현재 현대백화점 부산점, 스타벅스 등을 포함해 300개의 가맹점을 확보하는 등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커피 만들기 문화강좌를 진행하는가 하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각각의 기념일에 어린이, 부모님, 선생님 등을 대상으로 첫회 무료 관람권을 제공하고 크라운베이커리와 제휴해 케이크 선물을 서비스하는 등 움직임이 한층 활발하다. 메가박스의 추격도 만만찮다. 메가박스 서면은 오픈 6개월 만에 메가티즌 멤버십 회원 7만명을 부산에서 유치했으며 각종 이벤트로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5월말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영화관람객에게 100% 당첨확률의 스크래치카드를 주는 굿럭프라이데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5월 19일까지는 고급 승용차와 MP3플레이어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봄봄 이벤트도 진행한다.
롯데시네마는 상대적으로 롯데백화점의 쇼핑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유치를 위한 마케팅은 약한 편. 그러나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을 입지조건으로 하고 있어 별다른 노력없이도(?) 높은 좌석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무료 주차서비스 전쟁 ‘압권’=이들 3사의 경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무료 주차서비스. CGV는 오픈 당시 1시간 30분의 무료주차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안하며 눈길을 끌었다. 당시 부산에서는 영화관에 차를 갖고 간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일. 영화관이 밀집해있는 서면과 남포동 모두 주차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CGV의 이 같은 무료주차 서비스는 영화관에 대한 부산 영화팬의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롯데시네마가 개관하면서 2시간 무료주차를 선언, 주차전쟁에 불이 붙었다. 주차서비스 경쟁의 압권은 메가박스가 오픈하면서. 메가박스는 오픈하자마자 3시간 무료주차를 선언해 주차문제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웠다. 지금도 메가박스는 각종 광고문구에 3시간 무료주차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조만간 깨질 전망이다. CGV 서면12는 5월부터 4시간 무료주차를 시행키로 하고 현재 지오플레이스 건물주와 모든 협의를 마친 상태다. 영화 대기시간 등을 감안하면 3시간도 여유가 없으니 4시간으로 영화를 여유있게 즐기고 남는 주차시간에 쇼핑까지 하라는 제안인 셈이다. 서용석 CGV 남부지역 매니저는 “부산이 남부지역에서 차지하는 지정학적 위치와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지역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서면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업체가 놓칠 수 없는 접전지임이 분명하다”며 “앞으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면(부산)=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