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네트워크 장비의 국내 공급가격이 본사의 권장소비자가격에 해당하는 리스트 프라이스의 20∼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외산 네트워크 장비의 가격구조가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노텔네트웍스코리아와 ONI시스템즈코리아·리버스톤네트웍스코리아·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대부분의 외산 장비업체들은 최근 실시된 주요 입찰에 본사로부터 리스트 프라이스보다 70∼80% 할인된 가격을 적용받아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의 광전송장비 도입을 위한 입찰 등에 참여한 외산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본사로부터 리스트 프라이스에서 75%의 할인율을 적용받아 입찰경쟁에 참여하고 있으나 수주실적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며 “외산 장비의 가격구조가 거의 비슷한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외산 장비업체 국내 지사가 70% 이상을 할인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년 전만 해도 외산 네트워크 장비의 할인율은 50% 안팎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60% 이상으로 높아진 데 이어 올들어서는 할인율이 70∼80% 수준으로 치솟아 외산 장비업체가 공개하는 리스트 프라이스는 사실상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외산 장비업체의 국내 지사장은 “해외 장비업체들이 부품가격 하락 등으로 발생한 가격인하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리스트 프라이스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해외에 공급하는 장비의 리스트 프라이스를 미국 시장에 적용하는 가격(도메스틱 프라이스)보다 일부러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정책을 사용하며 가격구조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외국 본사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가면서 장비를 공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진을 챙기고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왜곡된 가격구조로 인한 피해는 실질적으로 이를 공급하는 국내 네트워크통합(NI)업체들과 구매업체들에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돼 정상적인 가격구조의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