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디지털아카이브사업 입찰 앞두고 SW 적합성 논란

 수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디지털 아카이브 시장이 초반부터 한 프로젝트 수주를 둘러싸고 저가입찰 시비와 솔루션 적합성 여부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KBS가 최근 발주한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최근 제안서를 마감한 결과 삼성SDS와 SKC&C·쌍용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 등 모두 6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삼성SDS와 SKC&C는 제안서에서 핵심 솔루션으로 미국 어센셜소프트웨어가 개발한 ‘미디어360’을 써넣었다. 그러나 어센셜이 지난 1월 ‘미디어360’사업을 포기하기로 공식 선언하고 BBC테크놀로지를 포함한 3개 방송장비업체와 사업부문 매각 협상을 전개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을 불러왔다. 어센셜은 최근 후보로 거명된 3개 회사 중 한 업체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달 말에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민 어센셜소프트웨어코리아 지사장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인수 계약조건상 후보회사의 이름이나 세부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삼성SDS와 SKC&C가 ‘미디어360’을 채택한 것에 대해 ‘성급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KBS가 삼성이나 SK를 사업자로 선정할 경우 사후 기술 지원이나 솔루션 업그레이드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는 “삼성SDS나 SK가 사업성이 없어 매각한 솔루션을 도입한 것 자체가 모험을 자초한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SDS와 SKC&C는 어센셜이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이미 다른 업체가 솔루션 사업을 인수해 사업을 지속하기로 한 만큼 KBS가 ‘미디어360’을 도입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DS 영상사업팀 임종옥 차장은 “입찰참여 당시 어센셜의 상황을 알고 있었으며 현재는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SKC&C의 정경채 차장은 “어센셜이 매각되더라도 기술지원은 지속될 것이라는 확인서를 받았고 인수업체로부터도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며 “매각된 후에도 인수업체가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부문을 그대로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기술 지원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26일 입찰에 참여한 6개 업체를 대상으로 제안설명회를 가진 후 이중 2개업체를 선정해 2단계 가격 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KBS 입찰에서는 솔루션 공방과 함께 헐값 입찰 시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기대보다 훨씬 기대에 못미치는 40억원에 예가가 설정되면서 입찰 포기 사태가 속출하자 업계에서는 출혈 경쟁을 조장하는 가격 설정이라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는 “KBS 프로젝트를 획득한 업체가 향후 수천억원에 달할 디지털 아카이브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만큼 각 업체가 사활을 걸고 뛰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