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계가 소리없는 포성속에 격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해외 유수 가전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잇따라 초스피드 경영을 도입하는가 하면 후발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끝없는 변신을 하기도 한다. 디지털로 상징되는 정보통신분야에 불어닥친 변화는 가히 혁명이라 할 정도로 기업환경과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각 분야에서 1등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의 위상과 오늘이 있기까지의 기술개발과정, 발자취를 살펴보고 디지털로 대변되는 글로벌화 무한경쟁 시대라는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기업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 99년 4월 1일 소니의 신입사원 입사 환영식장. 이날 행사장은 ‘기업개혁’ ‘제2의 창업’ 등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는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의 연설로 가득 채워졌다.
이데이 사장은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를 맞아 새로운 가치창출에 도전하자는 뜻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산업화시대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이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을 갖고 싶다’라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꿈을 좇는 사람, 즉 ‘드림키드정신’을 다시한번 주문했다.
그의 연설은 후발업체의 강력한 도전속에 장밋빛 미래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1등 기업의 자리를 지키자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라디오에서 시작, 워크맨·컬러TV·디지털캠코더·플레이스테이션 등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부상한 기업경영자의 메시지는 미래 생존의 열쇠가 세계 최고에 있다는 것을 재부각시켰다는 점은 디지털가전으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우리기업에도 시사적이다.
소니뿐 아니다. 도전정신을 내세운 잭 웰치의 GE사 냉장고사업부나 필립스의 소형가전부문 등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면서도 결코 후발기업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초일류 상품으로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일본기업의 예를 보자. 일본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거품경제 속에서 장기 불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소니를 비롯한 일본의 우량 가전업체들은 독창적인 상품기획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전자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소니의 TV·캠코더는 품질은 물론 소비자의 감성에 어필하는 특유의 디자인으로 브랜드파워를 높여가고 있고 올림퍼스 또한 지난 99년 마련한 ‘기업전략계획’으로 불리는 기업혁신안을 바탕으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도시바 역시 7년 연속 전세계 노트북PC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 노트북PC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후지쯔와 샤프도 각각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기로 떠오르는 PDP와 LCD를 전세계 가전업체에 공급하는 심장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튼튼한 냉장고, 미국을 대표하는 냉장고 회사로 불리는 GE도 디지털로 상징되는 신경제 환경에서 세계적 굴뚝기업의 면모를 잃지 않고 기업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GE는 에어컨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고 가전부문에서는 냉장고에 주력키로 결정한 이래 냉장고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 역시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을 바탕으로 소형가전부문에서 부동의 세계 1위기업의 위치를 굳건히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39년 필리셰이브 면도기를 출시한 이래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4억대의 면도기를 판매하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다른 기업도 치열하게 전개하는 기술개발·마케팅 노력 속에 차별화없이 단순히 1위 기업을 유지했다고는 볼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기업의 기술혁신, 경영혁신 노력을 통해 초일류 기업의 신화를 유지한 이들 기업의 이면에 1등을 지향하는 최고경영자의 창조적 열정과 지도력이 배어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