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강연-함석헌기념사업회 엮음-삼인 펴냄
“우리는 희망을 말하려 하지만 희망을 말하기 전에 우선 우리 현실에 눈을 뜨지 않으면 안됩니다. 현실을 모르고 그리는 희망은 하나의 꿈밖에 되는 것 없습니다. 사람들은 툭하면 ‘꿈을 가져라!’하지만 그 소리 잘못 들었다가는 망하는 소리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하지만 그것도 잘못된 말입니다. ‘잘’보다는 ‘바로’가 문제입니다. 잘은 본능적으로 알지만, 바로는 깊이 생각하고 힘써 배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생각은 없이 잘살기만 하자는 말은 귀에 쏙 들어가긴 쉽지만 그것은 사기, 횡령, 살인, 강도 하는 것들도 문제없이 동의할 줄 압니다. <중략> 사람은 꿈도 있어야 하고 잘살잔 욕심도 있어야지만, 그보다도 더 필요한 것은 깨는 일입니다. 현실에 눈을 뜨고 바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역사의 의미는 현실 속에 나타나 있고 현실의 초점은 나 곧 자아(自我)에 있습니다. 내가 뭔지, 내 선 자리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고 꾸는 꿈은 정말 자면서 꾸는 허망한 꿈입니다.”
메모: 어릴 적 우리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을 텐데도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렇다면 지난 일은 차치하고라도 바로 오늘 이 순간,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젊고 팔팔하며 꿈과 희망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밤을 낮 삼을 수 있는 ‘젊은 그대’들이 많다. 그러나 해가 바뀔수록 점점 비루해지는 자신 때문에 고개 숙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아직도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설익음 탓인가, 아니면 많지 않은 세월 동안 우리가 너무 현실을 잘 알아버려서인가.
하지만 누군가가 말했듯이 산다는 것은 희망을 품는 일이기에 죽는 날까지 희망을 놓아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망상에 끌려 다니며 돈키호테의 삶을 살 수도 없는 일. 그러기에 오늘 이 순간, 냉정하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진단해 새로이 우리의 꿈과 희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뭔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하여 쓰잘데없는 망상과 절망을 걷어내고 오직 가능성에 기초해 우리의 꿈을 다시금 튼튼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