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지상중계>주제발표-남북합작 3D 애니메이션 제작 사례

◆김종세 하나로통신 해외사업팀 과장

 하나로통신은 지난 2000년 7월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스플리터·마이크로 필터 임가공 계약, ‘묘향산’ 바둑 소프트웨어 구매계약을 맺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삼천리총회사와 애니메이션 공동개발에 대해 합의한 데 이어 5월에 ‘게으른 고양이 딩가’ 1∼16편을 하나넷을 통해 선보였다. 그뒤 한동안 제작작업이 중단됐다가 8월 방북해 17편 이후의 ‘딩가’ 공동 제작사업을 재개했으며 지난 1월 북한에서 제작한 17화를 하나넷 서비스를 통해 선보였다. 4월 중순 재방북해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2차 애니메이션 제작 협상을 벌였다.   

 하나로통신은 현재 기획제작에 대한 투자와 노출, 사업 총괄, 인터넷 운영을 맡고 하나로의 협력사 애니메이션업체 페이스는 캐릭터 개발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진행하면서 작업 결과를 검수한다. 삼천리총회사의 경우 1층에 스플리터 공장을, 2층에서는 컴퓨터 등을 두고 3차원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하고 있다. 금강기획에서 분사한 아이코닉스는 캐릭터 라이선스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남한 실무진들은 지난해 8월 1차 방북, 3차원 이론 교육을 비롯해 ‘딩가’ 제작상의 기술 이전, 모션 트레이닝 과제 검수, 검수방식 점검 등 사전 기술협의와 교육을 실시했다. 11월 2차 방북 때 1차 제작물을 검수하고 다음 과제를 전달했고 지난 2월 3차 방북시에는 2차 제작물을 검수했다. 당시 삼천리총회사측은 1∼16화까지의 3차원 작업 내용과 추가 캐릭터 자료를 남측에 제공했다. 현재 9편의 중간 과제물을 검수했으며 이달 말쯤 ‘딩가’ 공동제작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게으른 고양이 딩가’에 대한 라이선싱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딩가 캐릭터를 채택한 노트·필통·수첩·학습지·쇼핑백이 나오고 있다. 4월 말에는 딩가 봉제완구 7종이 출시된다. 게임은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모바일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아울러 일본·중국·프랑스와 캐릭터 수출을 협의중이고 홍콩 현지업체와는 개런티 3만15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5월부터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2차 프로젝트에서는 북측에 보다 나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르치고 북측의 프로젝트 참여부문을 기획·시나리오·더빙·임팩트 효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게으른 고양이 딩가’ 공동제작을 통해 본 북한 인력은 기본 교육이 충실해 수학 등 기초 지식이 높고 응용 능력이 뛰어나 교육습득·과제수행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인력 가운데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컴퓨터 전공자들이 많았다. 또 고급인력 확보가 용이해 제작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북한 인력은 당장 고급 기술은 갖고 있지 않지만 교육을 하면 곧바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게으른 고양이 딩가’를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고 향후 수익을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북측에 남한의 고급 기술력을 전수함으로써 북한이 해외에 손을 벌리지 않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공동제작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도 드러났다. 우선 통신·통행·통관의 불완전한 자유로 제작 일정과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또 사업이 대내외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북측이 계약 합의사항 외의 추가사항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할 때도 있었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제작비용 협상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으며 바세나르 협정에 따른 대북 전략물자 반출제한으로 제작 인프라도 낙후돼 있었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