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통일IT포럼 회장
이번 ‘제1차 조선콤퓨터쏘프트웨어전시회’를 직접 둘러보고 왔다. 지금까지 평양을 네 번 다녀왔고 북한이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다 봤기 때문에 새삼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소프트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음성인식기술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남한 사람들이 한 말이지, 북한 사람들이 한 것이 아니다. 6·15때 대통령을 수행했던 사람들이 조선콤퓨터쎈터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본 뒤, 북한의 음성인식 기술이 세계적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당시 시연자가 남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북한 연구원이 시연을 했다면 세계적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북쪽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프라를 보지 않고 전시회 출품작만 봐서는 기술이 어떻다고 평가하기가 곤란하다.
예컨대 그래픽스 작업과정에서는 대개 실리콘그래픽스(SGI)의 장비를 사용하는데 방북시 평양정보쎈터·김일성종합대학 정보센터 어디에서도 이 장비를 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냈다. 장비가 없는데 이 정도의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하다. 북측의 인프라가 좋아지면 훨씬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다.
북측의 다수 IT기관이 참여해 이런 소프트웨어전시회를 해외에서 개최한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북한의 기초 기술과 남한의 상품화 기술·자본이 합쳐진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학술목적이 아니라 상업목적으로 개발에 나설 경우 마케팅 지식과 상품화 기술, 고객의 요구가 뭔지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3차원 CAD는 현재 포항공대와의 공동연구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다. 첫날 기술설명회에서는 남한 정부·기업관계자들이 질문을 많이 했다. 제품 시연때 사용된 PC의 CPU 성능은 336㎒ 수준이어서 처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현재 IT를 산업현장에도 적극 적용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도 관련 소프트웨어들이 전시됐다. 운전연습용 프로그램의 경우는 고등중학생 운전 교재로 채택돼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스테가노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비밀통신과 전자은서·자료은폐 등을 구현한 소프트웨어는 볼 만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이 일본의 디지코사와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비밀정보를 꽃 속에 감춰서 보내는 과정에서 임베디드한 것과 실제 그것의 화소가 똑같이 나왔다. 또 압록강기술개발회사가 내놓은 지문인식시스템의 경우 조선콤퓨터쎈터의 것과도 비슷했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