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분석팀장
‘제1차 조선콤퓨터쏘프트웨어전시회’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베이징의 중국대반점 국제회의실에서 중국 주재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와 북한 과학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첫날 기술설명회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조선콤퓨터쎈터·압록강기술개발회사 소속 교수·연구소장 등이 북한의 연구·개발 동향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지만 내용은 대부분 추상적이었다. 남한 관계자들은 북한과의 공동사업에 관한 절차 등에 관심을 표명했으나 북측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해 전체적인 동향이나 사업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전시회에서는 과학원과 조선콤퓨터쎈터 등 16개 기관에서 67여종의 소프트웨어들이 전시됐다. 출품 분야는 콘텐츠류·응용소프트웨어·산업용·지문인식·보안·업무용 등 다양했다. 그러나 실제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을 볼 때 일부 분야에서는 성능이 과장돼 있던 것 아니냐 하는 의문이 있었다.
분야별 기술수준을 보면 워드프로세서는 남한의 ‘한글97’과 수준이 비슷했다. 번역 소프트웨어의 경우 조·일 번역 제품이 전시됐으나 남한 수준과 비슷했다. 조·러, 조·중 번역은 아직도 개발중이라고 했다.
음성·문자인식 소프트웨어의 경우 알려진 바와 달리 인식률도 높지 않았으며 국내보다는 한단계 아래 수준으로 보였다. 지문인식 소프트웨어는 이를 이용한 자물쇠 장비까지 개발했으나 시연과정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드러났고 북한 개발자도 이를 인정했다, 홍채 인식은 아직 연구중이라는 북측 관계자의 답변이 있었다.
평양정보쎈터의 3차원 CAD ‘산악 3.0’은 실제 건축물 설계에 활용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게임에서는 바둑·장기·퍼즐 등 콘텐츠 범위가 제한돼 있고 분야도 PC게임 위주로 한정됐다.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 북측은 아직 개발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개발자가 해외제품을 사용해 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의 인프라사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인민의 일상과 관련이 많은 분야에 치중돼 있고 교육용 및 체제 특성과 관련한 내용이 주류를 이뤘으나 사진술이 떨어지고 화면구성도 평면적이었다. 하지만 3차원 제작엔진을 직접 개발해 이를 통해 만든 그래픽 화면은 실제 영화에 삽입할 정도의 정밀성과 작품성을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북한은 각 분야에서 아직까지 시장성과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제작을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패키징·마케팅 기술 등을 보완한다면 향후 발전 가능성은 상당히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전시회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대외에 처음 선보였고 6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한 비교적 큰 행사였다는 점에서 대외개방 자세와 해외협력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평양정보쎈터·조선콤퓨터쎈터 등이 해외 업체를 통해 해외 협력 및 진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 평양정보쎈터는 신화전자를, 조선콤퓨터쎈터는 북·중·일이 합작한 베이징신화전자유한공사를 통해 각각 제품을 판매했다.
한편 주최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해외에 제품을 판매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해외 협력 및 진출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됐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