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IT문화를 만들자>(15)중간 평가 좌담회

<참석자>

 전종수 <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생활진흥단장>

 정용환 <정보통신부 정보화기반과장>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

 정은정 <주부>

 ※사회=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전자신문사와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지난 1월부터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중 캠페인 ‘신 IT문화를 만들자’에 대한 중간점검과 향후 전개방향 설정을 위한 좌담회가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국정보문화센터 2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정부와 학계 전문가, 일반 독자가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그동안 진행된 연중 캠페인에 대한 평가와 현재 IT문화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새로운 IT문화 건설을 위한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날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편집자주

 

 ◇사회(박길성·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이동통신과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현황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IT분야 초일류 선진국이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IT산업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많습니다. 하지만 IT 선진국의 위상에 걸맞은 문화를 갖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정보문화센터와 전자신문사가 공동으로 진행해온 연중 캠페인 ‘신 IT문화를 만들자’에 대해 참신한 기획과 시의 적절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진행해온 캠페인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전종수(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생활진흥단장)=전자신문사와 공동으로 캠페인을 벌여온 입장에서 짧게 경과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올해 1월초부터 지난주까지 총 14주 동안 신 IT문화의 현황을 짚어보고 시리즈를 게재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에 초점을 둔 신 IT문화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나중에는 사회 전체의 틀 안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동안 진행된 캠페인은 불법복제와 온라인 프라이버시, 세대간 정보격차 등 주로 인터넷 이용적 측면에서의 부작용 및 역기능을 분야별로 조목조목 제시했습니다.

 ◇어기준(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이번 캠페인은 다른 어떤 기획보다 짜임새 있게 접근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기된 문제에 대한 대안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IT문화가 초기단계이고 우리가 보고 배울만한 선진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이 이해가 됩니다. 결국 우리 실정에 맞는 신 IT문화 건설을 위한 과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회=현재 드러난 부작용 및 역기능의 원인은 첨단정보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에 치우치다 보니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하는 윤리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작용 및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확대해 새로운 문화창조를 위해서는 정보화의 진전으로 초래된 사회적·역사적 긍정적 의미를 찾아내고 한국사회에 적합한 IT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종수=문화는 복합적 사회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바람직한 ‘신 IT문화’ 건설을 위해서는 현재 드러난 역기능과 폐해에 대한 비판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 현상 자체를 면밀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각종 부작용과 폐해 등을 단편적 현상으로 파악해 과장하기보다는 전체를 조망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IT혁명이 일으킨 사회·문화적 순기능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새로운 문화창조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용환 (정보통신부 정보화기반과장)=단장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문화는 한 사회에서 일정기간 동안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입니다. 그만큼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IT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 새로운 문화현상은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으며 역동적이고 다양합니다. 하지만 순간적이고 경박하고 저급하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순기능과 역기능을 병렬적인 관계로 파악하려는 선행 노력이 올바른 IT문화 건설의 첩경입니다.

 ◇정은정 (주부)=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문명은 그동안 문화적 소외계층에 머물렀던 주부와 노인, 여성의 사회적·문화적 위상을 변화시켰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의사표현의 돌파구가 생김으로써 수많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제공해 이들 계층에게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점도 있지만 건전한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장점이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기준=지금까지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IT인프라가 가장 먼저 갖춰진 한국적 상황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구사회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교통사고에 대한 법률과 규칙이 동시에 제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순차적으로 등장했을 것입니다. IT혁명이 유발한 문화지체 현상을 다른 나라들이 경험하기 전에 우리가 한발 앞서 경험하고 있을 뿐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IT문화의 긍정적 사례를 모든 사람들이 원용할 수 있도록 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용환=정부는 지난 2∼3년간 제기된 긍정적·부정적 현상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시장과 민간의 동향을 파악하고 흐름을 지속적으로 추적해 현재보다 한단계 높은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 발굴에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사회 제 구성원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 또한 함께 담을 계획입니다.

 ◇어기준=정부와 기업, 일반 네티즌 모두에게 사회적·문화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책임을 보다 강조하고 시스템을 통일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전한 사이버 윤리를 조성해야 합니다.

 ◇전종수=이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합의 도출이 우선되야 합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길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만을 설정할 뿐 각계각층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히 민간분야에서는 기업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산업 성장과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네티즌은 이기적인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입니다. 네티즌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한 문화창조를 위한 선구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 모든 계층이 더불어 생각하고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전한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정은정=정부 역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앞장서 모든 네티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을 펼쳐주길 바랍니다. 민간 차원 특히 IT기업의 노력도 당부하고 싶습니다. 각종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던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고 문제해결에는 나몰라한다면 ‘신 IT문화’ 건설은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네티즌도 성숙된 문화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여전히 IT기반의 새로운 문명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네티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자발적 노력을 통한 성숙한 문화창조에 앞장서는 기업과 네티즌이 많아 지길 기대합니다.

 ◇사회=지금까지 논의된 것처럼 세계 최고의 IT기술을 보유한 우리는 그동안 기술발전 단계에 어울리는 건전하고 성숙한 문화적 토양 조성을 위한 노력에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학계, 기업은 물론 네티즌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문화창조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장시간 토론에 참여해주신 패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리=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