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몇몇 우량주에만 의존해오던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추락했다.
전고점 근처에 머물고 있던 핵심 블루칩의 약세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추가 하락할 경우 이미 폭락 상태였던 코스닥시장은 물론 거래소시장도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5 거래소시장은 43.11포인트(4.71%)나 급락하며 872.58로 무너졌으며 코스닥시장도 3.75포인트(4.72%) 내린 75.73으로 마감됐다. 전날까지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했던 삼성전자는 4.40% 떨어진 41만3000원에 장을 마쳤고 그밖에 SK텔레콤·KT·삼성전기 등 대형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계열사 지분 매입 건으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던 LG화학과 LG전자는 모두 8%대의 낙폭을 보였다.
이정수 신한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시장은 삼성전자 등 몇몇 대형주가 이끄는 장이었지만 이날 이들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가 여전히 사상 최고치 근방에 머물러 있다는 점으로, 삼성전자의 본격 하락이 나타난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종합주가지수 900은 실질적으로 8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증시 전문가들이 꼽는 시장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시장의 약세와 이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공세다. 미국시장은 최근 1분기 실적에 대한 불만족, 정보기술(IT)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다는 인식 속에 다우지수와 나스닥이 각각 1만선, 1700선을 시험받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167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미국시장의 약세는 미국 IT경기 회복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수출을 통해 수익개선을 기대했던 국내기업들에도 악재로 풀이된다. 그밖에 최근 많아지고 있는 주가조작 사건과 LG화학의 계열사 지분매입에 따른 기업 투명성에 대한 불신 등도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동원 대우증권 책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수출 모멘텀이 예상보다 미흡하다는 인식이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으며 최근 기업에 대한 조사확대와 기업투명성 문제 대두 등 개별 사안들도 시장 전반에 악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상황도 그리 밝지 않다. 고객예탁금이 여전히 1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속에 기관도 신규 투자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9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형 펀드들의 환매 요구도 많아지고 있어 시장을 지탱할 만한 뚜렷한 매수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날 주식시장의 급락으로 기관들의 손절매(로스컷) 물량이 대거 출회될 가능성도 있어 수급상황은 자칫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증시동향이 국내시장의 방향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속도 둔화, 1분기 기업실적에 따른 재료소진 등으로 조정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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