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을 둘러싸고 ‘헐값매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9일 예정된 하이닉스 채권단의 결정과 30일 이사회의 통과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조건부 MOU의 ‘조건’ 딱지를 떼려면 우선 1차적으로 104개로 이루어진 하이닉스 채권단의 동의가 요구된다. 즉 금융권·투신권·일반법인·개인 등 채권자들 중 금액기준으로 75% 이상이 매각에 찬성해야 한다.
현재 하이닉스 채권은 매각협상을 주도해온 외환·한빛 등 은행권이 약 65%를 갖고 있으며 투신권(15%), 유동화전문회사(11%) 순이다. 나머지는 리스·종금·보험사 등과 일반법인 및 개인 순이다.
따라서 채권단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모든 채권은행과 투신권의 상당수가 매각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MOU에서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딜 규모가 당초 38억달러 수준이 아닌 32억달러(29.5달러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티은행 등 일부 금융권이 이탈하기 시작했으며 투신권의 대다수도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채권단의 실제 회수금액이 △신규지원자금 금리 헤지비용 △하자보상 △신규지원 관련 담보 △유진공장 부채 및 해외채권단 등을 제외하면 국내 총채권(8조1450억원)의 30% 전후에 그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각되는 상황이다.
외환은행은 이와 관련, 지난 24일 하이닉스 매각으로 채권단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26.9∼35.6%인 것으로 추정,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2일 마이크론 주가(30.9달러)를 적용한 것으로 24일(현지시각) 주가가 27.30달러까지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좀 다르다.
채권단 중 리스·종금사의 행보도 관건이다.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데다, 대부분 무담보 채권을 보유한 이들 기관이 ‘채권회수율’이 ‘청산가치’보다 낮은 매각에 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 딜의 실무를 맡은 살로먼스미스바니(SSB)측은 24일 채권단 설명회를 연 데 이어 26일 또 한차례 설명회를 갖고 채권단 설득에 나설 예정이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매각을 위한 1차 관문인 채권단 동의를 끌어낸다 해도 데드라인인 30일 오후 6시까지 통과시켜야 하는 이사회 결정도 관심사다. 현재 하이닉스 이사회는 박종섭 사장을 비롯한 하이닉스 경영진 3명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매각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쉽게 ‘동의’ 절차를 끝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결국 ‘매각이냐, 독자생존이냐’란 갈림길에 선 하이닉스 매각문제는 전격적인 ‘조건부 MOU’ 체결에도 불구, 1차 관문인 하이닉스 채권단 및 이사회 통과 여부가 변수로 등장, 매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