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붐 조성’이라는 명분아래 지난 15일부터 실시된 지상파방송의 연장방송이 시행 2주일째 상당부분 당초 시행 취지와는 달리 운영돼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자(PP)의 광고 시장에만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연장방송 시행 2주일 동안 이 시간대에 상당부분 월드컵과 무관한 스포츠 중계,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 프로그램 등을 편성하면서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8일 월드컵 개막 45일전(4월 15일)부터 개막 전일(5월 30일)까지는 낮방송 4시간(12∼16시)과 심야방송 1시간(1∼2시), 개막일(5월 31일)부터 폐막후 7일(7월 7일)까지는 지상파 방송사 자율로 종일방송을 가능토록 허용했다.
당시 케이블방송 업계를 비롯, 위성방송·신문매체·시민단체·학계 등은 방송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지상파TV와 타매체와의 불균형을 더욱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지상파TV의 독점 체제만 더욱 공공히 하는 조치며,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지상파 연장방송 허용 방침=방송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월드컵 관련 행사 등을 위해 방송시간 연장을 요청해옴에 따라 국가적인 행사인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 중요한 점을 감안해 연장방송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지상파 방송운용시간 연장의 편성기준을 제시, 월드컵 행사 및 경기·캠페인 등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위주의 편성을 원칙으로 하되 ‘방송시간 연장 승인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연예오락 프로그램과 기타 오락적 성격이 짙은 프로그램의 편성,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해한 프로그램의 낮시간대 편성은 불허하기로 했다.
◇지상파 연장방송 편성 현황=시행 2주동안의 연장방송 시간대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스포츠중계, 다큐멘터리, 오락, 드라마 재방송 등이다. KBS는 태권도·골프·테니스·탁구·수영·유도 등 월드컵과 무관한 스포츠 중계와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낮방송을 편성했으며, 밤에는 ‘앙코르 드라마’ 재방송, 영화, 퀴즈 등의 오락 프로그램을 순환 편성했다. MBC는 낮에는 마라톤·농구 등의 스포츠 중계와 대선·장애인의날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으며, 밤에는 유럽축구 경기와 메이저리그 관련 프로그램, 게임 프로그램 등을 편성했다. SBS 역시 주부 시청자 대상의 신설 오락 프로그램 ‘여자가 좋다’를 비롯, 골프 중계, 장애인의 날 특집 등을 낮에, 영화와 게임쇼 등을 밤에 각각 방영했다.
◇타 방송 매체의 광고 시장 타격=케이블TV PP협의회는 현재 방송 광고시장의 총 물량 중 92%가 지상파 3사가 독점하고 있으며, 나머지 8%를 두고 70여개의 PP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월드컵과 무관한 프로그램의 낮방송 편성으로 광고 시장이 더욱 악화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한 PP 관계자는 “지상파의 낮방송 이후 광고물량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PP협의회는 방송위가 지상파 3사가 당초 취지와 약속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감독해야 하며, 방송 3사의 약속위반이 확인될 경우 가차없이 낮 방송 연장허가를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