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연구소.’
이름만 들으면 공공 연구기관인지, 영리법인인지 구분이 안간다. 엄연한 주식회사지만 왜 공적인 색깔이 짙게 밴 사명을 택했을까.
잠시 스마트카드연구소(대표 김운 http://www.smartcardlab.com)의 기업 비전과 직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로지 기술력과 사업성으로 인정받는 것만이 기업이 튼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이익이 곧 국내산업 전체의 과실로 확산돼야 하고 또 그것이 영리추구라는 현실적 목표를 뛰어넘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창립멤버이자 국내 IC카드 업계의 산파역으로 알려진 김운 사장의 확신이다.
김 사장을 비롯, 스마트카드연구소의 주축이 된 직원들은 기실 IC카드 시장과 역사를 같이했던 인물들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계기로 삼성전자·현대전자·LG정보통신 등 대기업들이 사업부를 신설할 당시 그 현장에 있었고 한국IC카드연구조합을 중심으로 IC카드 시장을 제대로 키워보고자 동분서주했던 이들이다. 한때 서울 교통카드 도입을 시작으로 비접촉식(RF) IC카드 시장이 부각되면서 업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도 의견조율의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IC카드 시장은 정책적인 실패와 업계의 바람몰이가 겹치면서 오히려 상처만을 남겨왔던 게 사실. 이런 과정은 김 사장에게도 되새겨야할 경험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지난 2000년 스마트카드연구소의 출범은 갖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극복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뭉친 결실이다. 이 연구소가 출범 당시부터 경계했던 것은 시장의 ‘패션적’ 경향. 그래서 먼저 시작했던 분야가 스마트카드 관련 원천기술의 개발이다. 대부분의 업체가 RF카드와 국내용으로 제한된 스마트카드 소프트웨어에 머물렀지만 이동통신용 칩카드나 휴대폰 내장형 콤비카드, 자바오픈플랫폼 기반의 애플릿 등 비교적 고난도 기술에 도전해왔다.
김 사장은 “스마트카드 관련 기술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닙니다. 미래 성장잠재력이 충분한데도 우리가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은 지금의 시장에 안주하려는 생각과 일부 국내외 기업들의 폐쇄적인 관행 때문입니다. 칩 등 일부 HW 기술을 제외하면 국내 업계의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입니다”라고 전한다. 초기부터 연구개발(R&D)에 주력한 덕분에 스마트카드연구소는 지난해 NTT도코모의 인터넷 자회사에 공개키기반구조(PKI)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했고, 서울시 공영주차장 카드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SK텔레콤에 모네타카드 납품을 비롯, KTF, KT아이컴과는 모바일카드 및 차세대 USIM 카드 개발사업을 공동 진행하는 등 이동통신 스마트카드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바른 말’ 잘하기로 유명한 김 사장은 경쟁사들로부터 한때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지금은 서로 독립적인 관계를 분명히 했지만 창립초기 프랑스 젬플러스의 협력사로 활동하면서 해외업체의 ‘하수인’인양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이념과 기술력은 결국 시장에서 검증받는 법. 설립 2년도 안된 이 회사가 최근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은 것도 기업 이념과 무관치 않다. 스마트카드연구소는 올해 자바 기반의 이동통신 콤비카드 개발을 완료하고 카드관리시스템(CMS) 등 차세대 분야로 개발 영역을 확대, 본격적인 도약의 나래를 펼칠 계획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