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웨이브 양기곤 사장

 “한국이 비록 CDMA 종주국이지만 아직까지 시장은 GSM계열이 훨씬 더 크고 넓습니다. 3세대로 넘어가면 CDMA와 GSM간 경계도 허물어질 것입니다. 벨웨이브는 비록 작지만 한국의 GSM 기술도 탁월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습니다.”

 지난 99년 벨웨이브를 설립한 후 시티코프·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세계적인 회사로부터 4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받아 실력을 검증받았다며 양기곤 사장(49)은 싱긋 웃는다.

 최근 중국 닝보버드사에 GSM단말기 기술과 관련부품을 7000만달러 어치 공급하기로 계약을 성사시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은 양 사장은 가능하면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다. 사실 그는 CDMA 전문가다. 지난 85년부터 10년간 ETRI에서 근무하면서 CDMA 이동통신개발 당시 단말기 및 기지국 무선장치 부분의 개발 책임을 맡은 무선기술개발 연구실장을 역임했다. 그가 CDMA 단말기보다는 GSM분야와 미래지향의 CDMA 데이터모듈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성격 탓(?)인 듯하다.

 “한국의 통신산업은 핵심기술인 칩세트와 프로토콜 소프트웨어를 전적으로 서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대만과 중국이 통신산업에서 밀월관계를 맺으면서 한국을 위협해오고 있습니다.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양 사장은 회사 설립 후 CDMA 무선모뎀인 ‘BCM-1800’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GSM 단말기와 CDMA 모듈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룩해냈다. 설립 첫 해에 8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 2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1000억원을 바로보고 있다.

 벨웨이브의 성공신화 뒤에는 철저한 R&D와 나눔의 문화를 고집하는 양 사장의 경영철학이 숨어있다. 벨웨이브의 현재 175명 직원 중 80%에 해당하는 142명이 평균 7년이상 CDMA와 GSM 분야에서 인정받은 R&D인력들이다. 게다가 투자사들로부터 GSM칩과 프로토콜 소프트웨어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해두고 있다.

 양 사장은 “CDMA 및 GSM 기술은 물론 이미 2.5세대 기술을 완벽히 확보했다”며 “이제부터는 IMT2000 시대에 대비해 무선데이터 솔루션으로 한국 이동통신의 위상을 한 차원 높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양 사장은 벨웨이브를 설립하기 전부터 자율·창의·인화를 중시하고 투명한 경영과 정의로운 분배를 지향하는 기업문화를 꿈꾸는, 다소 이상향의 인물이라는 평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이때문인지 벨웨이브는 이직이 적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설립 후 지금까지 퇴직자는 단 5명뿐이다.

 <글=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