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브이소사이어티(대표 이형승)가 공동 주관하고 이차이나센터(대표 배우성)가 후원한 브이소사이어티포럼 4월 두번째 모임이 25일 서울 강남 브이소사이어티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내 벤처기업 CEO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동욱 국제금융센터 선임연구원이 ‘중국 금융시장의 위험과 기회’를 주제로 발표한 후 참석자들이 자유토론 형식으로 중국 금융시장 현안 및 국내업체의 투자전략, 벤처기업들의 중국 증시 상장 등 관심사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위험과 기회 - 이동욱 국제금융센터 선임연구원
그동안 죽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중국 금융시장이 드디어 국제무대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은 금융시장 문호개방 일정을 밝히는 등 금융산업의 대외 개방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 경험을 살려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강국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야심찬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서두르지 않고 있다. 금융 개방에 관한한 중국 특유의 만만디 행보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중국이 금융 개방에 따른 운기조식에 들어간 까닭은 우선 해외 투자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90년 이후 매년 10%대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고속성장을 지속, 세계 제조공장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처럼 중국 제조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자 서방 유력 제조업체들이 대거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서방 금융자본들도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약 691억달러 정도의 계약고에 468억달러의 실투자유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서방 금융 및 제조업체의 중국 투자실적은 72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잠룡인 중국의 금융시장을 은행권과 비금융권으로 구분할 경우, 우선 농업발전은행·국가개발은행·중국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과 중국공상은행·중국은행·중국건설은행·농업은행 등 4개 국유상업은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여기에 비국유 상업은행이 있다. 비금융권에는 100개의 증권회사와 30개 정도의 보험회사, 240개 정도의 신탁투자회사가 포진하고 있다.
중국 은행시장은 약 12.6조위안으로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달한다. 중국 증권시장 규모는 4.35조위안 정도며 보험시장은 보험료 납입 기준으로 2109억위안을 넘어섰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를 지닌 중국 금융시장은 WTO 가입을 계기로 개방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2년 안에 외국계 은행의 기업상대 중국 인민폐 취급 업무가 가능해지고 5년 안에는 개인으로 확대된다.
증권의 경우 앞으로 2년 안에 33%의 범위 내에서 외국계 업체의 지분참여가 가능해지고 5년 안에 지분참여 비율이 49%까지 확대되며 업무영역도 증권은 물론 채권까지 확대된다.
보험의 경우에는 현재 외국계 보험회사의 단독진출이 가능하고 2년 안에 중국 보험회사의 지분을 50%까지 인수할 수 있다.
중국은 금융을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통제수단으로 인식, 대외 개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특히 제도적 규제보다는 비제도적 규제와 관행을 더욱 중시한다.
또 중국 기업들도 증시 등 간접금융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보다는 은행을 상대로 한 직접금융에 의존한다. 그러나 국영기업들의 부실화로 인한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 대부분의 중국 은행들은 속으로 곪아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업이 중국에 직접 진출해 영업을 하기에는 아직 투자위험이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보험, 특히 교육보험과 효도보험 등 한국형 보험상품의 경우 중국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국내 벤처기업과 증권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차스닥(Chasdaq)도 한국의 코스닥처럼 첨단 벤처기업이 대거 등록돼 있으나 우리처럼 옥석 구분이 어렵고 투기성 자금이 많아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토론 요약>
◇강문석(TG아시아벤처 사장)=외국계 은행, 증권업체 중 현재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 있는가.
◇이동욱(국제금융센터 선임연구원)=대만계 합작은행인 퍼스트시노뱅크(FirstSinobank) 등 일부 은행이 중국에 합작형태로 진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이밖에 HSBC·IFC·시티뱅크 등 세계 유력 은행들이 중국 본토 은행에 지분을 참여하는 형태로 현지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세계 제조공장으로 부각되고 방대한 금융수요를 지닌 시장으로 부상함에 따라 미국·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현지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경방 전무)=그러면 국내 은행·보험·증권업체의 대중국 진출현황은 어떠한가, 혹시 중국에 진출할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이동욱=수년 전 국내 모 은행이 중국 현지 은행과 합작으로 산둥(山東)성 지역에 진출한 바 있으나 국내 진출 현지 대기업에 대한 편중 대출로 몸살을 앓다 결국 그 그룹의 도산으로 함께 동반 파산한 경우가 있었다.
그 후 국내 은행권과 증권·보험업계는 중국의 시장잠재성을 보고 다각도로 현지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제도적·관행적 제약으로 인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삼성그룹은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현지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화재는 현지에 진출, 나름대로 안착한 것으로 판단되고 삼성생명도 조만간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은 제조업의 경우 외국계 기업의 현지진출을 환영하고 있으나 금융 분야에 관한한 아직까지 보수적인 정책을 펴고 있으며 외국 금융기관들이 활동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앞으로는 문호가 더욱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제도보다는 관행이 비즈니스에 더욱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국 진출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형승(브이소사이어티 사장)=중국에서 온라인 뱅킹과 온라인 트레이딩 등 컴퓨터를 이용한 금융환경은 어느 정도인가.
◇이동욱=중국도 온라인 금융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현지진출을 모색하는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와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공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알다시피 금융 IT 인프라가 취약하다. 일례로 현재 중국의 PC 보급률은 1% 정도다. 물론 전체 인구대비 1%는 적은 것 같지만 실제 PC 사용인구는 우리보다 많다. 다만 PC를 사용하는 사람과 기관이 베이징·상하이, 광둥(廣東)성 등 해안지역에 밀집돼 있어 아직까지 온라인 거래는 미약하다 할 수 있다. 심지어 회사들간의 거래도 온라인보다는 현금결제를 선호한다.
또 하나 중국은 수수료율이 자율화되지 못해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재식(삼일회계법인 이사)=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이동욱=중국은 신용사회 진입 초기단계다. 모든 거래가 현금 위주로 처리되고 신용거래는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금융단말기 보급도 매우 부진하다. 그러나 베이징·상하이 등지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발급 및 관련 인프라 구축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어 앞으로 시장전망은 매우 밝은 것으로 본다. 이는 중국이 13억명이라는 방대한 인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보급된 신용카드는 2억5000만장 정도 된다. 이 중 본격적인 신용카드는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은 직불카드 형태다. 이처럼 신용카드 보급률이 저조한 것은 현금 선호사상과 함께 아직까지 중국 은행이나 백화점 등 주요 수요처들이 일반인의 신용을 믿지 못해 신용카드 발급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다만 10만달러 이상의 은행 잔고를 소지한 VIP 고객에게는 신용카드를 우선 발급하고 있다.
◇김준=경방은 중국에서 홈쇼핑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은행 부실, 기업공개 여부, 인력문제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동욱=중국은 사실 믿을 것도 없고 못믿을 것도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불명확하다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공식으로 밝히는 은행 부실 채권비율은 약 20%에 이르고 있으나 실제 부실채권 비율은 이보다 높아 약 5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서방 금융기관의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은 은행 부실화 정도를 극비사항에 붙이고 설령 은행이 부실화되더라도 정부가 이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 장부상의 부실채권비율은 의미가 없고 중국 정부의 정책의지가 바로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시킨 현지법인을 중국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일부 기업의 경우 이를 투자설명회(IR) 자료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문제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또 일부 국내 브로커 벤처와 현지 브로커 등이 손을 잡고 중국 차스닥(Chasdaq) 등록설을 흘리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다.
◇김성훈(핑거 사장)=차스닥에 효과적으로 등록하는 방안은 무엇이고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배우성(이차이나센터 사장)=한국 언론에서는 중국 차스닥 시장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차스닥에 진출하면 마치 미국 나스닥에 진출하는 것처럼 소개하고 있으나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다. 우선 중국에 귀속된 홍콩 증시가 요즘들어 좋지 않아 중국 차스닥의 활성화를 지연시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현재 중국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 올림픽 유치, 지속적인 경제성장, WTO 가입 등 화려한 정치적 치적을 유지, 보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차스닥 활성화 등 금융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앞으로 후진타오 등 제4세대 중국 지도자군이 전면에 부상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욱=동감이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계열사를 비롯해 포항제철 등 성공적인 중국진출 해외 생산법인 등이 차스닥 등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뤄지고 있다. 지엽적인 문제지만 현지법인이 상장되면 해당법인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동일한 제품의 수입이 크게 제한된다. 즉 현지법인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산제품의 중국내 반입을 중국 당국은 막고 있다. 이는 국내 본사에서 생산한 제품의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우성=특히 중국은 달러 등 외화 기반의 현금 해외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금융·보험·증권 등 금융부문 진출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 다만 중국이 세계 제조공장으로 부각되고 직접투자가 대거 밀려들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권 및 벤처기업들이 중국진출 전략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리=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