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 경기 기간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추산되는 40여만명의 해외 관광객들과 선수들은 주경기장인 상암경기장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뿐만 아니라 경기가 펼쳐지는 부산·광주·서귀포 등 10여개 개최 도시와 전국 각지에서 IT코리아의 위상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유무선 통신 인프라는 물론 전국을 잇는 첨단 교통정보시스템, 호텔과 숙박, 볼거리·놀거리 정보가 하나로 통합된 원스톱 정보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각종 첨단 IT인프라는 ‘IT코리아 원더풀’의 찬사를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월드컵 개막 D-30일을 기점으로 손님맞이에 한창인 장외 IT인프라 현장을 점검, 개막 이후의 상황을 가상으로 꾸며본다.
◇사례1=5월 30일 오후 5시 20분 샌프란시스코발 KE024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재미교포 한승주씨(43·가명). 10년 전 해외 이민을 결심하고 도미한 뒤 첫 고국 방문인 만큼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감격도 잠시. 제주 서귀포에 있는 사촌 한수현씨(41)의 집까지 늦지 않게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국내선도 갈아타야 하고 제주 공항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서귀포까지 가려면… .
난감해 하는 한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국제선 출구에 배치된 수십여대의 교통안내시스템 키오스크. 원하는 목적지까지 클릭만 하면 육·해·공 모든 경로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현지 날씨과 각종 생활정보가 펼쳐진다.
밤 8시 30분 제주 공항 도착. 한씨는 또 한번 놀란다. 제주시가 공항내에 오픈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센터’는 실시간 교통신호체계, 도로 및 관광지 정보, 버스안내시스템(BIS), 차량항법장치 등이 하나로 연결돼 그야말로 원스톱이다. 차량 흐름과 통행량을 확인하는 차량번호인식장비(AVI) 및 도로전광표지(VMS) 등이 곳곳에 갖춰져 있어 정보도 정확하고 시간도 훨씬 단축돼 서귀포 도착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3년째 공항 리무진 운전사를 한다는 김모씨는 이같은 서비스가 제주 이외에도 대전·전주 등 첨단교통모델 도시로 선정된 곳에 갖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대전은 인프라가 더 확실해 VMS 24개, 시내버스 정류장 안내단말기 200개소, 967개의 버스에 소형 VMS가 도입됐고 전주에는 가정에서 인터넷이나 전화·PDA 등에서도 접근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말로만 듣던 IT코리아, 한씨는 10년 동안 변한 한국의 정보 인프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례2=일본 모 통신서비스 회사에 근무하는 다카하시씨(35)는 31일 월드컵 개막식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았다. 처음 오는 한국이지만 그는 전혀 낯설지 않다. 방송이나 문화 교류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KT나 SKT 등 경쟁사의 정보를 수집하느라 하루가 멀다하고 인터넷에서 한국 정보를 접해보기 때문이다.
방한 전에는 FIFA월드컵 공식사이트(http://fifaworldcup.yahoo.com/kr)에도 들어가 한국내 경기정보와 경기장 위치를 일본어로 검색해 보았고 호텔에 설치된 ADSL 인터넷 서비스로 월드컵 종합정보사이트(http://www.kt2002.net)에서도 이미 섭렵했다. 이 사이트에서 그는 한국 체류시 필요한 생활정보·관광정보·전화번호에 대해 미리 확보해 두었다.
특히 월드컵 경기장 10곳의 그림이 새겨진 전자엽서를 이용해 모국의 친지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e카드 서비스, 월드컵 하이라이트 장면을 MP4파일 다운로드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도 마련돼 있어 일본의 동료에게 개막식의 감동을 전할 생각이다.
다카하시씨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장면은 개막식에서 준비되는 ‘화합과 상생의 멀티 IT퍼포먼스’. 한국의 3세대 이동통신인 cdma2000 1x EV-DO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 한국의 최첨단 IT가 전통문화와 어우러진다는 데 기대가 크다.
그리고 금융·문화의 중심지라는 체류기간중에는 서울 여의도공원을 찾아 각종 IT전시관도 둘러볼 예정이다. 3세대 IMT2000(WCDMA) 서비스를 시연한다는데 일본에 3세대 이동통신과 비교도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사례3=중국관광객 A씨는 한국과 경기를 보기 위해 보기로 한 한국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 모 호텔에서 택시를 잡고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인근의 한 약속장소로 향했다.
택시운전사는 목적지를 대강 알아들은 눈치지만 확인차원에서 운전석에 설치된 동시통역기를 가리켰다. 영어·일본어·중국어 통역버튼 중에서 중국어를 선택하자 잠시 후 통역원이 나왔고 삼자 국제대화가 시작됐다. 목적지를 확인한 택시는 경쾌하게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교통량이 꽤 많은 시간대, 신호등이 많은 구간인데도 거침없이 잘 뚫린다. 교통량에 따라 월드컵 경기장 인근의 신호등주기를 최적으로 조절하는 신신호교통체계가 신통하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도로상에 설치된 교통전광판에선 ‘소통원활’이란 표시가 선명하다.
가뿐하게 약속장소에 도착한 A씨는 택시비를 지불할 한국돈이 조금 모자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의류쇼핑에 너무 돈을 많이 쓴 것이다. 택시운전사는 다시 운전석 옆에 설치된 무선카드단말기를 가리킨다. A씨는 중국에서 갖고 온 국제신용카드로 손쉽게 택시비를 지불할 수 있었다.
카페에 도착하니 축구경기를 같이 보기로 한 한국 친구는 벌써 기다리고 있다. 커피를 한잔 마신 후 옆에 설치된 컴퓨터로 월드컵 조직위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중국어 서비스를 누르자 각종 중국팀과 관련한 경기진행표와 성적이 일목요연하게 쏟아진다.
축구경기를 관전하고 나면 저녁때 서울시내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한국친구는 혹시 날씨가 안좋을지 모른다며 월드컵 홈페이지의 날씨정보 코너에 들어갔다. 한국의 월드컵 구장은 물론 일본 월드컵 구장과 인근도시의 정밀기상예보까지 1시간 단위로 뜬다. 서울시내에 온도와 습도·강수량·풍속 등 기상정보 계측설비를 거미줄처럼 깔아놓았기 때문이란다. 오늘 저녁 서울 강남지역에 비가 내릴 확률은 10%. A씨는 한국 친구와 함께 중국팀의 축구경기가 열리는 월드컵 구장으로 향했다. 만약 중국팀이 이기면 A씨가 한국 친구에게 저녁을 사기로 약속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