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컴팩 합병에 따른 통합HP 한국지사 CEO에 현 한국HP 최준근 사장<사진>이 내정됐다. 또 강성욱 현 컴팩코리아 대표는 통합법인의 엔터프라이즈시스템그룹(ESG)을 총괄하게 된다 .
한국HP측은 본사 이사진이 미국 현지 시각인 26일 오전 11시 30분, 최준근 현 한국HP 대표가 새로 출범할 한국HP의 대표(country general manager)직에 내정됐다는 메일을 HP와 컴팩 직원들에게 보내왔다고 27일 공식 밝혔다.
한국HP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이번 인선 발표에 대해 양사의 합병 통합계획 과정이 진전되고 있고 특히 출범국면을 앞두고 합병 계획이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며 “나머지 3개 조직의 총괄직을 비롯한 직책·제품 로드맵 등은 법적으로 합병이 완전 마무리된 이후 각국 지사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HP측의 전망에 따르면 합병을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 대한 판결이 오는 30일(한국시각) 날 예정이고, 판결에 따른 휴렛측의 항소가 확실시되고 있어 HP측이 법적 마무리를 마치고 조직 운영에 관한 최종 입장을 공식 밝히는 시점은 5월 1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무엇보다 합병되는 두 조직의 CEO들을 통합조직의 주요 보직에 대부분 유임시켰다는 점이다. 이질적인 두 조직에 대해 신속히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의외이기 때문이다.
평가 역시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는 기존 컴팩이 점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통합HP가 수성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한국IBM이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은 컴팩코리아의 시장을 전략적인 타깃으로 설정, 영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알파’ 시장의 경우 ‘단종 논란’에 HP 인수까지 겹쳐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 사장의 ESG 총괄은 결국 HP의 ‘IA 64 칩세트’ 전략을 중심으로 한 기존 컴팩 시장 수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우려의 시각은 무엇보다 조직 융합 차원이다. HP가 정책적으로 강화하는 서비스 영역과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프린팅·이미지그룹을 제외한 컨슈머 영역과 ESG에 기존 한국HP 인력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컨슈머 영역에서는 구조조정의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ESG는 명색이 유닉스 서버 업체로서 자부심을 갖고 온 한국HP 영업 조직이 강 사장의 지휘통제를 수용하느냐의 여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 형태가 서버·솔루션·서비스 등 모든 영역이 고객과 산업 중심으로 ‘통합’되는 흐름을 고려할 때 각 사업 영역의 유기적 결합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남는 문제는 최준근 대표를 중심으로 한 조직 융합이 ‘속도’다. 이와 관련, 한국HP 관계자는 “방대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직”이라며 “늦어도 18개월 이내에 고객중심의 새로운 통합 조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ESG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영역에 대한 총괄 책임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발표를 ‘각국 지사에서 한다’는 본사의 방침을 고려할 때 이미 내정자는 확정됐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피오리나 회장이 취임한 후 HP가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서비스 조직을 각 지사장 직속 체제로 운영했다는 점을 들어 최준근 CEO가 겸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