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다.’
국내 대형 전자업체들은 해마다 수십억원을 들여 해외 전시회에 참여한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의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다.
최근 월드컵조직위원회가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한일월드컵 기간중에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응원단 인원은 총 34만명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주목적은 당연히 모국의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지만 국내 전자업체에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고도 세계 각국의 미래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국내 전자업체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월드컵이 축구만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 가전제품, 정보기기 등을 알리기 위해 준비하느라 선수들 못지않게 많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월드컵을 기다리는 국내 디지털 가전 제품
‘선수들의 땀과 눈물까지도 보여주겠다.’
이번 월드컵에서 국내 디지털 가전제품의 발전상을 보여줄 제품은 단연 디지털 TV가 꼽힌다. 선수들의 땀까지 보여주는 생생한 화면,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의 응원소리로 경기장에 못간 축구팬은 디지털 TV를 통해 또 다른 경기장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HDTV로 월드컵 경기가 중계되는 만큼 예전의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갈 당시의 경외감을 소비자들이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 전자업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프로젝션 TV, 브라운관 HDTV, PDP TV, LCD TV 등 모든 종류의 디지털 TV를 마련해 놓고 해외 응원단을 맞이한다. 해외 관람객은 경기장 주변에 마련된 부스나 백화점, 혹은 대로변에 위치한 대리점에서 국내 디지털 TV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일본으로 건너가 가전제품의 대명사인 일본 제품들을 보고 국내 제품을 비교할지도 모른다.
평가는 이들이 내리겠지만 국내 업체들은 자신감이 충만하다. 충분히 일본 제품과 비교해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의 63인치 PDP TV와 40인치의 LCD TV를 개발했으며 LG전자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PDP TV와 LCD TV를 출시해 놓은 상태다.
‘파브’와 ’엑스캔버스’로 대표되는 양사의 브랜드 경쟁도 볼 만하다.
공식 후원사라는 간판을 업은 도시바와 JVC, 세계 최대 가전업체 소니도 한국을 방문한 해외 고객들과 국내 고객들에게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더욱 다가서겠다는 전략이다. 도시바는 노트북 PC, 프로젝션 TV, PDP TV를 이번 월드컵기간 동안 중점 홍보할 계획이며 JVC는 캠코더와 디지털 TV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소니 역시 대형 디지털TV인 ‘그랜드 베가’의 TV광고를 집행하는 등 아날로그 TV의 영화를 디지털 TV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는 한일월드컵 기간에 맞춰 이동중인 차량에서도 디지털 TV를 시청할 수 있는 이동수신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시청자들은 이동수신기능을 구비한 차량에서는 집에서처럼 선명한 화질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우선은 맛만 보세요.
국내외 전자업체들이 디지털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이미 준비를 끝내고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면 정보기기 제품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월드컵기간까지 이를 밑받침할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월드컵기간에 실시되는 통신 시범서비스 및 시연서비스로는 최대 2.4Mbps까지 전송속도를 내는 EVDO 서비스,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 그리고 무선LAN 서비스 등이 있다.
LG전자는 5월 10일경 EVDO 단말기를 출시하는 데 이어 오는 31일에는 비동기 IMT2000 단말기 시제품을 공급, 시연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거의 같은 시기에 EVDO 단말기와 비동기 IMT2000 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업체가 이번 월드컵을 타깃으로 최근 선보였던 제품은 컬러폰과 카메라 장착폰이다. 국내 대다수 이동전화단말기 업체들이 컬러폰을 선보였으며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텍은 이동전화기에 카메라를 장착,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는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출시했다.
개인휴대단말기(PDA)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는 주목받는 제품이 될 듯하다. 통신사업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월드컵기간 동안 외국인을 상대로 PDA를 임대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인들은 PDA를 통해 위치정보서비스, 통역서비스, 인터넷 서비스 등을 받게 된다.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은 월드컵기간에 맞춰 음성통화, 인터넷 등을 지원하는 전용 PDA 단말기를 출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멀티미디어 PDA의 진수를 보여줄 계획이다.
◆게임도 월드컵
월드컵을 앞두고 각양각색의 축구게임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인에게 가장 익숙한 PC게임은 물론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별로 축구게임 신작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축구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보는 축구’를 ‘하는 축구’로 바꿔 놓는 점이다. TV로 축구경기를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축구를 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사람에게 축구게임은 금상첨화다.
◇PC 및 콘솔게임=PC용 축구게임의 대명사는 단연 EA의 ‘피파’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말 출시된 ‘피파2002’는 그래픽이나 기능면에서 실제 축구와 가장 흡사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EA가 지난 4월 중순 출시한 ‘2002 피파월드컵’은 2002한일월드컵을 그대로 재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암경기장 등 한국과 일본의 실제 월드컵경기장 20개가 게임배경으로 등장하며 32강에 오른 국가도 그대로 나온다. 무엇보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의 실제 선수를 게임속에서 미리 만날 수 있는 것은 가장 큰 매력이다. 실제 선수의 능력치를 게임속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월드컵 결과를 미리 점쳐볼 수도 있다.
‘피파2002’와 ‘2002피파월드컵’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용 콘솔 타이틀로도 즐길 수 있다. PC보다 탁월한 그래픽과 실감나는 음향을 원한다면 콘솔게임이 좋다. 콘솔게임으로는 일본 코나미가 이달말 국내에 출시하는 ‘위닝일레븐’도 권할 만하다. 이 게임은 실제 축구과 거의 똑같은 상황을 연출한 게임으로 유명하다.
◇온라인게임=온라인 축구게임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출시돼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진축구·제로컵·사이버컵·더나인틴민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게임은 일대일로 즐길 수 있고 여럿이 함께 접속해 각자의 포지션을 나눠 맡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러 사람이 전략을 세워 상대팀과 대결할 수 있어 커뮤니티 형성도 가능하다. 하지만 PC 및 콘솔게임에 비해 인공지능이 많이 떨어져 숙련된 게이머들이 아니면 조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게 흠이다.
◇모바일게임=대표적인 게임으로 포켓프로축구·비바축구2002·뻔뻔축구·ENG2002축구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바일게임은 PC나 온라인게임 수준의 정교한 그래픽이나 실감나는 음향효과 등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휴대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어 자투리 시간에 심심풀이로 즐기기에 좋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