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 회장이 절반의 개인지분을 확보하며 큐리텔(구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지 4개월 만에 한지붕 두가족이 된 팬택과 큐리텔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통합경영 체제가 성공리에 안착되고 있다.
팬택과 큐리텔은 오너가 같으면서도 법인간의 지분관계는 전무해 어떻게 통합경영을 할 수 있을지에 그동안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양사는 현재 각각 이성규 사장과 송문섭 사장이 CEO로 별도 살림을 하면서도 영업·구매·R&D에서는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갖췄다. 박정대 사장은 두 회사의 경영을 조정하면서 동시에 통합구매를 관장하고 있다.
매주 열리는 경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대 사장은 팬택과 큐리텔의 독립적인 경영을 최대한 보장해주면서도 두 회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경영전반을 챙기고 있다. 동시에 구매효율을 높이기 위해 통합구매단을 직속에 두고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
두 회사의 오너인 박병엽 회장은 경영위원회의 멤버로 참석하지만 직접적인 관여는 최대한 자제하고 경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일을 위임하고 있다.
영업은 큐리텔의 송문섭 사장이 총사령탑을 맡고 있다. 팬택과 큐리텔이 각자 영업망을 별도로 가동하지만 영업 현장에서 초래될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두 회사가 통합된 영업 전략에 따라 긴밀히 역할을 분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R&D는 이성규 사장의 몫이다. R&D 출신인 이성규 사장은 두 회사의 연구개발 로드맵을 조정해가면서 자금과 인력의 중복투자를 막고 비용대비 산출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처럼 두 회사의 통합 경영체제는 경영위원회와 전문 경영인들에 의한 역할분담으로 연착륙되고 있지만 남은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무자동화시스템 통합이 가장 큰 과제다.
팬택은 오라클 ERP를 사용해왔지만 큐리텔은 현대시절부터 SAP ERP를 이용해왔다. 두 회사가 서로 다른 ERP를 쓰다보니 데이터 공유에 애로가 많다. 두 회사는 서로 다른 ERP 통합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중이지만 아직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간 연동이 원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종국에 가서는 한쪽 ERP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