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SW 공동개발 과제

 ◆이남용 바산네트워크 대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남북관계가 냉각되고 부분적이나마 경제협력이 지체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최근 임동원 특보의 북한 방문과 관련해 기대가 크나 긴밀한 남북경제협력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수익이 북한의 전쟁물자 준비에 투여됐다는 일간의 주장은 남북경제협력의 조심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자세는 너무 외형적이고 형식적인 한탕주의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다 내실 있는 진정한 남북협력은 소프트웨어적인 접근방법이 아닐 수 없다. 미래 지향적 남북관계 유지와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인 ‘남북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남북간에 사업당 2억원이 투자되는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을 200개 추진할 경우 연간 400억원이 소요된다. 재원조달은 사업의 위험을 고려해 매치펀드 형식(정부 50%, 참여기업 50%)으로 투자할 수 있다. 200개의 IT기업이 참여하는 남북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이 병행 추진될 경우에 상호 신뢰회복과 경제적 파급효과는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이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간 제도적·관리적·기술적· 윤리문화적 문제가 극복돼야 한다. 이 가운데 선결돼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을 위한 5개 분야의 표준화 문제다. 이는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소프트웨어 개발공정 △소프트웨어 모델링 및 실행언어 △재사용 가능한 컴포넌트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등이다.

 소프트웨어의 효과적 생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동화된 도구(CASE)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이미 통합개발환경(IDE)과 통합모델링환경(IME)이 일반화됐고, 최근에는 IDE와 IME를 통합한 확장된 개발환경(XDE)이 출현했다. 남북소프트웨어 공동개발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이에 대한 공동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공정은 이미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 12207(소프트웨어 개발공정)에 준거한 표준 ‘유니파이드 프로세서(Unified Process)’에 따르면 된다. 여기에서 규격화 또는 명세화한 용어·개념·프로세스·문서항목·기법·각종지침 등에 따라서 남북의 소프트웨어 전문가와 관리들이 같이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모델링 언어로는 ‘UML’이 국제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남북한이 소프트웨어 요구사항 분석, 설계, 구현 등의 과정에서 UML을 표준으로 사용하면 의사소통과 협력이 매우 효과적이다. UML은 객체관리그룹(OMG) 표준에 이어 조만간 ISO 규격으로 제정될 것이다. UML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간의 공통언어다. 각종 용어가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기될 남북간 혼란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컴포넌트 개념은 개별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 모듈 또는 모듈의 집합을 말하는데, 시스템개발시 재사용이 가능한 컴포넌트를 선택 또는 조립해서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즉, 컴포넌트 개발자와 이용자를 구별할 수 있고, 컴포넌트를 매매할 수 있는 마켓이 형성된다. 남북한이 공동개발한 소프트웨어 컴포넌트를 임가공 형태의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다.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우선 자동화된 개발도구, ‘유니파이드 프로세서’, UML 및 재사용 컴포넌트에 익숙하도록 집중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대상의 문제공간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훈련도 필요하다. 따라서 남북간 개발인력의 지속적인 양성과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5가지 선결과제를 사전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한간의 소프트웨어 협력정책을 발굴하고 관련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하여 구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강력한 남북소프트웨어협력산업의 육성은 남북 긴장상태를 완화하여 국방비 절감효과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며 민족의 동질성 회복의 원동력으로 승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