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1부 제3공간의 등장(3)패러다임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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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컴퓨터화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까.

 미래 국가 경영의 기본 방향과 그 실행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컴퓨터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꿰뚫어 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컴퓨터화의 계통발생학적 진화구도와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변화의 폭·방향·속도·예측 불가능성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쉽게 생각하면 패러다임의 변화는 정보기술의 발전 방향이 주도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기술 결정론적인 시각이다. 개인·기업·정부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주체들이 추구하는 정보기술에 대한 수요나 활용 목적 또한 컴퓨터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여러 변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컴퓨터화 패러다임의 전환은 전산화, 정보화, 지식화, 유비쿼터스화로 구분할 수 있다.

 전산화는 전산시스템 구성 요소(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 과거에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각종 업무처리 절차를 자동화함으로써 능률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목표를 둔 정보기술의 초기 활용 단계다. 전산화는 주로 업무자동화를 위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업무와의 연계성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계적이다.

 전산화는 자동화의 효과가 투자 비용보다 클 경우 업무 자동화에 필요한 전산기기를 단순히 구입하는 것으로만 인식됐다. 따라서 정보시스템의 구성도 업무별 독립성이 강하고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구축돼 네트워크를 통한 외부 사용자의 시스템 접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특성을 갖는다.

 또한 전산화는 정형화된 작업 수행에 초점을 둠으로써 정보의 생산은 단순히 부산물 정도로만 취급됐다. 따라서 의사결정시 정보를 활용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고 다른 기관과의 정보 공유도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전산화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유로운 정보 수발신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정보화는 컴퓨터 및 정보와 사람을 연결시키는데 있어 양적·질적인 대전환을 불러왔다. 인터넷을 통한 웹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컴퓨터·통신·방송 등이 융합되면서 사람들은 과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정보 서비스를 보다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기업과 정부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조직 내부의 다양한 업무처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게 됐다. 정보기술의 활용도 정보의 생산, 전송, 이용 과정이 실시간(real time), 양방향으로 이뤄지고 분산개방형 네트워크들간의 상호접속과 운용을 통해 조직이 보유한 각종 정보자원을 구성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정보화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컴퓨터 대 컴퓨터(PC to PC)의 단계로 진입한 시기다. 특히 정보화는 인간이 지닌 정보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소유 욕구, 그리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본능을 자극시켜 세상의 모든 것을 컴퓨터 속에 집어넣으려는 노력을 촉발시켰다. 그 결과 도서관·박물관·은행·신문과 방송·학원·쇼핑몰 등 수많은 공간들이 컴퓨터 속으로 빨려들어 왔다.

 그러나 정보화를 통한 자유로운 정보 유통이 과연 개인과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느냐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이같은 디지털 패러독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보와 가치체계의 흐름을 고도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또 다시 지식화를 추구하게 된다.



 지식화는 조직이 보유한 여러가지 형태의 지식자산을 체계적으로 흡입, 분류, 저장, 창조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지식수준을 높이고 지식관리시스템상에서 모든 조직구성원이 이를 투명하게 공유, 조직혁신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지식화는 단순히 정보 수발신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이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지식을 필요로 할 때 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이다. 지식화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정보화와는 크게 다르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간한 ‘개발을 위한 지식(Knowledge for Development)’이라는 보고서(1998)에서는 “지식은 빛과 같이 무게도 없고 손에 잡히지는 않으나 빛처럼 전세계 사람들의 삶을 비춰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가의 지식화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수많은 정보를 개인, 기업, 정부가 지식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교량 안전성에 관한 수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이를 공유한다고 해서 교량 사고에 대한 모든 정보지식과 대응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사람이 모든 교량 속에 들어가 있지 않는 한 수많은 교량 가운데 어느 순간에 나타나는 붕괴 조짐이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대응할 수는 없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인 유비쿼터스화는 지식화 단계보다 훨씬 진보된 환경을 제공한다. 정보화와는 달리 유비쿼터스화는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목적이 전자공간이 아닌 물리공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보화가 인류문명의 기반인 물리공간으로부터 이탈하려는 패러다임이라면 유비쿼터스화는 물리공간으로 회귀(back to the physical space)하려는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정보화가 ‘거리(street)의 소멸’을 가져온 패러다임이라면 유비쿼터스화는 거리의 지능적 부활을 가져오기 위한 패러다임이다.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정보화나 지식화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한데서 출발한다.

 유비쿼터스화는 조용한 혁명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난 충격과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컴퓨터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유비쿼터스화의 경쟁에서 뒤처진 패배의 쓰라림은 더 큰 충격과 놀라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유비쿼터스화 패러다임  

 컴퓨터화에 관한한 변화의 속도와 그 폭을 섣불리 생각했다간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빌 게이츠조차도 “지난 10년 동안 정보기술의 발달은 경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를 당혹하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 10년 동안에 무엇이 가능하게 될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컴퓨터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유비쿼터스화는 유비쿼터스컴퓨팅과 유비쿼터스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물리공간을 지능화함과 동시에 물리공간에 펼쳐진 각종 사물들을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이 책상에 홀로 떨어져 있던 컴퓨터를 연결시켰다면 유비쿼터스화는 환경속에 떨어져 존재하는 도로·다리·터널·빌딩·건물·화분·냉장고·컵·구두·종이 등과 같은 물리적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비쿼터스화는 사물들의 인터넷(things to things=Internet of things=networks of atoms)화를 지향한다. 결국 사람, 컴퓨터,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3차원으로 정보를 수·발신하게 되는 컴퓨터화의 발전 단계를 의미한다.

 유비쿼터스화된 환경에서도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와 같은 개념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물리공간과의 연계가 고도화된 B2B(B2B with T2T)라는 사실에서 차이가 난다. 전자정부도 이제는 공공의 물적 기반(사회간접자본·공공시설·사물·기기 등)이 T2T화를 통해 지능화·네트워크화되는 유비쿼터스 기반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사람, 컴퓨터, 사물이 언제, 어디서나 하나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패러다임은 위기를 맞고 있으며 새로운 유비쿼터스화 패러다임을 선점하려는 각축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