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초고속승강기업계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열기를 타고 30층 이상의 고층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섬에 따라 한국이 고층빌딩의 핵심인 고속승강기 분야에서 일약 세계 3위의 거대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초고속승강기는 보통 분당 이동속도가 150m를 넘는 승강기종을 지칭하는데 수량기준으로 국내 엘리베이터시장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당 설치가격이 아파트용 저속기종에 비해 최고 10∼20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데다 기술력 과시를 통한 기업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효과적이어서 세계 유수의 승강기업체들은 일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사수주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고속승강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고층빌딩 내부를 운행하기 때문에 기밀성과 안전설비, 진동소음방지, 승객 불쾌감을 줄이는 인체공학적 설계기술이 필수적인데 그동안 이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양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고층건물 신축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한국이 고속승강기 분야에서 각각 세계 1위와 3위로 올라섰다.
특히 국내에서는 부산지역에 107층짜리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인천 송도와 서울 용산에 100층을 넘는 초고층 빌딩 건립계획이 물밑에서 진행돼 세계적인 승강기업체들의 경쟁이 갈수록 열기를 내뿜고 있다.
현재 일본계 미쓰비시엘리베이터와 미국계 LG오티스가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동양에레베이터와 현대엘리베이터도 고속승강기 시장경쟁에 가세할 조짐이다.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대표 니지마 게이타로)는 고속기종인 GPM시리즈를 내세워 올해 고층 주상복합건물 승강기 수요의 70%를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 본사측은 세계 최고속인 분당 1020m급 승강기종에 이어 무려 분당 1200m급의 차세대 제품 개발까지 착수한 상태다. 이는 경쟁사인 도시바가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 105층짜리 빌딩에 분당 1010m급 초고속 기종을 설치한 데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내년에 국내에서 발주될 가능성이 있는 100층짜리 고층빌딩 승강기 공사를 반드시 수주해 고속승강기 전문업체로 입지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LG오티스(대표 장병우 http://www.otis.co.kr)는 영구자석 동기모터를 채택해 전력소모를 대폭 줄인 분당 300∼420m급의 초고속 기종인 DI5시리즈로 내수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회사는 이 고속기종이 창원공장에서 영구자석 동기모터를 직접 생산해 제품가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실용성 면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한국실정에 적합하다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에서는 고층건물 수요가 크게 감소한 반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에선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100층짜리 쌍둥이빌딩 건축을 추진하는 등 국력을 상징하는 키높이빌딩 신축경쟁이 불붙고 있어 아시아지역이 초고속승강기 수요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LG오티스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한국은 연간 2000대 규모인 세계 고속승강기시장에서 20%를 차지해 관련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