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 MOU 승인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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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닉스 채권단이 마이크론과 맺은 조건부 양해각서(MOU)에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77.73%’의 동조 세력을 모음으로써 이제 30일 오전으로 예정된 하이닉스 이사회 승인 여부가 새로운 관건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이닉스 노조의 점거농성과 소액주주들의 집단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잔존법인에 대한 생존 방안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비전과 주주·근로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이사회가 가결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않다.

 ◇‘공’은 이사회로=채권단이 29일 전체회의에서 MOU 동의안을 가결함에 따라 매각동의 절차의 마지막 관문격인 하이닉스 이사회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는 30일 오전 9시 영동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MOU 동의 여부를 처리할 예정이다. 하이닉스 이사회가 채권단과 마찬가지로 매각안을 승인하면 본계약을 위한 협상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하이닉스 이사회가 매각 동의안에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권 회수에만 혈안이 된 채권단과 주주와 회사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는 성격부터 다르다. 특히 하이닉스는 전체 주식의 90% 이상이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고 종업원 대다수가 매각을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면서까지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주변에서는 ‘과반수가 참석, 참석자 과반수 동의’라는 MOU 승인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박종섭 사장, 박상호 사장, 전인백 부사장 등 하이닉스 사내이사 3명의 매각 반대가 유력한 데다 7명의 사외이사 중에도 매각을 반대하는 인사가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닉스 사외이사는 현재 금융계 출신인 이용성 전 은행감독원장, 우의제 전 외환은행장 직무대행, 학계 인사인 강철희 고려대 교수, 전용욱 중앙대 교수, 우창록 율촌합동법률사무소대표, 제임스 거지 인텔 이사, 손영권 오크테크놀로지 사장 등인데 상당수가 이번 MOU 조건과 하이닉스 매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용욱 중앙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여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심리적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종업원과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의 입장에서 각각의 이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사외이사도 개인적 의견을 표명하길 꺼리면서도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찬성보다 반대가 많을 것”이라고 부결 쪽에 무게가 실어줬다.

 ◇보이지 않는 힘=채권단의 이번 MOU가 막판 진통 끝에 극적으로 가결되자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최종 가결 쪽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투신권의 행보와 배경에 대해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신권이 마지막에 가결로 돌아선 데는 안팎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날 조건부 동의를 내걸며 마지막까지 가부 결정을 늦춰온 한국투신(채권율 5%)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밀어붙이기에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한국투신이 손을 들자 이날 오후 7시께 70%에 못미치던 채권단의 찬성표는 일거에 75%로 오르며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이와 관련해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반발을 표명해온 투신권이 결국 찬성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안이 없다’는 내부 의견보다 ‘무조건 매각하라’는 외부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 회의에서 중도에 빠져나온 한 참석자는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다간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라며 표 행사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근영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주요 채권은행장과 만나 “하이닉스가 주장하고 있는 독자생존론은 수치도 맞지 않고 근거도 불명확하다”면서 하이닉스 매각에 협조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은행 역시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독자생존은 허구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전히 문제 남아=MOU가 통과됐다고 해도 이번 채무 재조정을 통해 하이닉스 잔존법인의 생존 여부에 따라 채권회수율이 달라질 수 있어 잔존법인의 생존 가능성과 하이닉스 독자생존론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또 주당 35달러로 쳐서 매각대금으로 받기로 한 마이크론의 주가가 MOU 체결 직후 잠시 올랐다가 다시 26달러대로 곤두박질치고 있어 매각대금 자체에 대한 부적절성 문제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채권단은 또 하이닉스의 부채가 3조7000억원대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 상한선 200% 정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1조5000억원 안팎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아래 13.5대 1의 감자(減資)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감자 시 채권단은 전환사채(CB) 3조원의 주식전환과 매수청구가격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반면 전체 주주의 90% 가량인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하이닉스 직원 85% 이상 고용동의 조건의 경우 핵심인력의 일부나 근로자 대다수가 고용을 거부할 경우 매각협상을 깰 수 있는 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