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대표 박종섭) 메모리부문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 동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 29일 오후 표결에 들어간 하이닉스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진통을 거듭한 끝에 회의 3시간여 만인 이날 저녁 7시 극적으로 마지노선인 75%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건부 MOU 타결을 위한 공은 30일 오전 9시로 예정된 하이닉스 이사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은 29일 저녁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빌딩 13층 대강당에서 66개 하이닉스 채권금융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닉스 MOU 승인 여부를 위한 난상토론을 벌여 전 채권기관(금액 기준)의 77.73% 찬성으로 MOU 승인 동의안을 통과시켰다고 공식발표했다.
또 채권단은 MOU 동의안와 함께 부쳐진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 변경에 대해 81.38%가 찬성했으며, 전환사채(CB) 보유 금융기관의 조기시장 매각 허용에 대해서도 82.48%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로써 지난 19일 하이닉스 채권단과 마이크론이 미국에서 맺은 조건부 MOU 체결 실효 여부는 30일 오전에 열릴 하이닉스 이사회의 승인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박종섭 대표이사 사장, 박상호 반도체부문 사장, 전인백 부사장 등 하이닉스 내부 이사 3명과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하이닉스 이사회 소속 이사가 이번 MOU에 담긴 매각조건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 이사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채권기관들은 채권 회수 쪽에 관심이 많은 반면 이사회는 성격상 적정 매각 여부와 잔존법인 처리문제 등 아주 현실적인 부분을 중시하기 때문에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30일 오후부터 하이닉스 영동사옥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와 국민 여론도 최종 선택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초 이번 MOU 승인을 위한 채권단 전체회의는 매각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강력한 매각 의지를 천명한 정부의 압력과 외환·한빛 등 일부 은행의 독려로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흥투신·주은투신 등 일부 투신권의 반대와 5.0%(4077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한국투신의 입장표명 유보로 난산 끝에 통과됐다.
특히 투신운용사 등 일부 채권단 대표는 외환은행 측에 “사전에 제시한 채권회수율의 산정근거 및 잔존법인의 재무구조 개선안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등 조건부 MOU 동의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