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3세를 잡아라.’
한국 온라인 게임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조선족 3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산 온라인 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업체들이 한국업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족 3세는 일제시대 때 중국으로 건너간 할아버지를 두고 있는 20대 후반의 젊은이들.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길들여져 중국인이지만 한국사람 못지 않은 한국어 실력을 과시한다. 표준어와 사투리는 물론 ‘왕따’ ‘띨띨하다’ 등 속어나 비어도 거침없이 구사한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10여개 중국 게임업체는 대부분 한국사업담당자로 조선족 3세를 채용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거나 전시회 등 한국 관련 큰 행사가 열리면 정직원과 별도로 아르바이트 요원으로 조선족 3세를 채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단순한 통역업무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게임시장을 수시로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한국시장에 대해 웬만한 국내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매일 전자신문이나 국내 각종 게임웹진을 검색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한국 게임산업을 중국에 알리는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덕택에 중국 평균 대졸초임(월 1000위안)보다 무려 2배 이상 많은 2500위안의 월급을 받는 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양국 업체의 이익 사이에서 고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손해를 보는 쪽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시아게임 한국담당자로 활약하고 있는 조선족 3세 이영림씨(28)는 “한국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중국사람을 너무 모른다고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성격이 급한 한국인이 느긋한 중국인을 상대하다 손해를 볼 때면 무척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