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이 지난 한주동안 방송위원회와의 간담회에 이어 임시총회에서도 케이블TV방송국(SO)과의 분리 및 케이블TV협회 탈퇴를 공론화함에 따라 PP의 독자행보 및 이에따른 방송산업구도 재편성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PP사업자들이 SO와의 분리를 제기했다가 그 주장을 접고 협회내에서 ‘한지붕 두가족’ 생활을 계속한 지 6개월도 채 안된 상황에서 다시 분리주장을 공론화하고 나섰다는 점에 비추어 PP들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PP들은 임시총회에서 앞으로 정책실무팀과 임원회의 등을 통해 대략적 방향을 설정할 예정이다.
◇PP들의 입장 돌변은=PP들이 불과 6개월만에 SO와의 분리주장을 다시 끄집어 낸 것은 그들이 느끼고있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PP사업자들은 뉴미디어방송시장에서의 최근 일련의 흐름이 PP사업자들에게 부정적으로 흐르고있다고 판단하고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평가됐던 디지털 위성방송이라는 윈도가 열렸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이제까지 케이블TV시장에서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왔던 SO들은 첫번째 시도되는 개별계약 상황에서 PP들을 압박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PP 수신료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SO들의 행동은 경쟁사업자인 디지털 위성방송 출현이나 전환SO와 기존SO의 경쟁관계 및 디지털 전환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있지만 이같은 상황은 PP사업자들에게 SO와의 한지붕 두가족을 지속할 것인가의 문제를 재고하게 만들었다.
PP들은 지난 94년 케이블TV 출범 이후 SO와 함께 양대축을 이루며 뉴미디어방송시장을 개척했었으나 방송시장의 상황변화가 PP와 SO의 발전적 분리를 유도케 한 것이다.
◇기본적인 방송시장 변화도 한몫=PP사업자들이 SO와의 분리를 공론화하고 나선 것은 방송시장을 둘러싼 기본적인 변화에서 PP들의 위치가 모호해졌다는 점이 전제돼있다. 뉴미디어방송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에 따라 PP들에 있어 케이블TV시장은 이제 단순히 ‘또다른 하나의 시장’에 불과하게 됐다.
케이블TV의 경쟁사업자인 디지털 위성방송도 협력파트너이자 수익원일 수밖에 없는데 케이블TV에만 몸을 담고 있다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라는 게 PP사업자들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특히 PP들은 케이블TV협회 체제하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이 대변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전망=PP들이 SO와의 동업자 관계를 청산하고 독립된 활동공간을 마련하는데 있어 앞으로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SO와의 원만한 합의도출이 필요하다.특히 이과정에서 320억원의 케이블TV협회 기금의 분배문제에 대한 합의가 선결과제이다.
그러나 뉴미디어방송시장의 확대 추세에 따라 PP와 SO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데 양측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MPP와 MSO중심의 시장 재편 및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별도단체로 활동하게될 PP의 자리매김이다.
등록제 시행이후 PP가 양산되고 PP의 위상이 CP(콘텐츠공급사)화하고있는 상황에서 PP의 역할재정립,PP간 이해조정 및 관련산업 발전방안 수립 등 산적한 과제를 앞으로 몸으로 부딪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