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홈쇼핑·CJ39쇼핑 등 주요 케이블 홈쇼핑업체가 종합유선방송국(SO)이 운영하는 지역 케이블TV의 ‘로열(VIP)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불붙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행 방송법을 어겨가면서 SO의 주식 지분을 초과하거나 자본 투자 형태로 편법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기 있는 일부 SO의 경우 송출 채널을 둘러싸고 일부에서 ‘뒷돈 거래설’까지 나도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시청자가 가장 많이 시청하는 로열 채널 확보 여부가 홈쇼핑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홈쇼핑 업체에 따르면 로열 채널로 불리는 10번 내 채널 가운데 공중파 채널을 제외한 ‘7번이나 9번 채널’을 이용할 경우 다른 채널과 비교해 매출이 작게는 5배에서 크게는 10배까지도 차이가 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미디어전략팀 등 SO만을 상대하기 위한 별도 영업조직을 두고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선발업체인 LG홈쇼핑과 CJ39쇼핑에 이어 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농수산TV 등이 가세하면서 과점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전환돼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LG홈쇼핑은 최근 방송위원회로부터 “SO 주식 지분을 초과 소유하고 있다”며 “해당 주식을 3개월 이내에 매각하라”는 시정 명령을 받았다. LG홈쇼핑이 현행 법규를 어기고 21개 SO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현행 방송 법령에서는 모기업이 5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단일 SO의 지분 33% 이상을 못 넘게 규정하고 있으며 전국 77개 케이블 권역 가운데 5분의 1인 15개 권역을 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고조치 이전에도 LG홈쇼핑은 방송위로부터 수차례 경고조치를 받았으며 이 같은 방송위의 시정 명령에 개선은 커녕 도리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CJ39쇼핑과의 경쟁구도 때문이다.
CJ39쇼핑도 강원·경남·관악 등 17개 SO에 지분을 참여하고 있으며 양천의 경우 93.3%의 지분을 투자해 양천방송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기업인 제일제당의 자산 규모가 2조원에 그쳐 현행 법령을 피해가고 있다. 이를 이용해 최근 CJ는 광명·안산·시흥 등 3개 SO를 거느린 한빛에 100억원, 새롬에 50억원을 추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홈쇼핑 측은 “LG나 CJ 모두 대기업이기는 마찬가지인데 모기업의 자산 규모로 제한을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방송위의 특단 조치 없이는 일부 홈쇼핑업체의 지분 초과 참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자금 대여나 자본 투자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도 SO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행 법규를 무시한 지분 초과는 ‘빙산의 일각’이며 SO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심지어 ‘뒷돈 의혹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PP와 SO는 갑과 을의 관계인데 유독 홈쇼핑에서 만큼은 과열 경쟁으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며 “SO의 로열 채널을 잡기 위해 지분 참여는 물론 선심성 투자 등 온갖 편법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이 때문에 방송위의 경고는 그 때 뿐이며 SO와 관계없이 홈쇼핑 채널을 지정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없이는 제살깎기식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