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한국커머스넷(대표 안병문)과 공동으로 3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디지털 경영환경 도입을 통한 기업경영의 성공사례’라는 주제로 ‘e비즈클럽’ 조찬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전통기업의 e비즈니스 성공사례를 짚어보고, 더불어 기업 e전이(transformation) 과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홍성찬 한신대 교수의 주제발표와 정태명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제 e비즈니스는 기업의 단순한 성장전략이 아니라 생존전략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이 앞장서서 이끌어야 하며, 중소기업도 현실에 급급하기보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 디지털 경제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편집자
토론자
사회 정태명 교수(성균관대)
주제발표 홍성찬 교수(한신대학교)
토론 김영환 상무(KT)
유영민 상무(LG전자)
김상민 부사장(극동음향)
이병철 사장(아이비즈랩)
◇사회=오프라인 기업이 e비즈니스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김영환=소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성공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소기업들은 e비즈니스를 통한 비용절감 등에 관심이 없다. 투명성 문제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얼마를 벌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이전에는 e비즈니스화를 비용절감,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으로 봤는데 앞으로는 그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 및 매출증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마인드를 충족시키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병철=중견기업 4개사를 분석한 결과 CEO의 디지털 마인드가 부족하고 e비즈니스를 단순히 하나의 업무 프로세스로 인식하는 오류가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솔루션과 기술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려웠으며 특히 CEO와 기업 구성원간의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e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미리 영업채널로 활용할 것인지, 협업체제의 기반으로 할 것인지 사전에 목표를 정해야 할 것이다.
◇김상민= e비즈니스가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투명한 경영이나 비용절감 등 거창한 대의는 좋은데 사실 수익성이 적은 중소기업들이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정보화를 이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CEO를 설득하기가 가장 어렵다. 극동음향이 ERP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CEO의 결단력과 함께 컨설팅에만 의존하지 않고 회사내 인력을 별도로 구성했다는 점, 그리고 프로젝트에 앞서 성공적인 회사내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이라고 본다.
◇유영민=LG전자를 성공사례로 꼽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끝이 없는 것이 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이다. 최근에는 협업화와 동기화가 e비즈니스의 새로운 축이다. 구매력을 갖고 있는 델컴퓨터나 애플컴퓨터의 주문방식에 맞추려면 결국 LG전자도 협업화와 동기화를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e비즈니스는 결국 선택의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생존전략인 것이다. 생존논리에 따라 공급망에서 상급 구매자가 원할 경우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대기업이 e비즈니스에 부담을 느끼는 것보다 어쩌면 중소기업이 느끼는 부담감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회=e비즈니스로 변화하는 기업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병철=컨설팅해준 회사의 예를 들면 가장 큰 변화로 e비즈니스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하지 못했을 신규사업을 통해 업계에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CEO들이 판단을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사업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성공하려면 단순히 e비즈니스를 신규사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 마케팅 및 영업전략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 기업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지혜가 절실하다.
◇김영환=자동차 배터리 전문업체 세방전지의 경우 SCM 솔루션을 ASP로 시범가동을 앞두고 있는 등 협업화가 현실화되는 추세다. 또 e비즈니스 인프라로 ERP만 보지 않는다면 현재 중소기업들은 자신의 업종에 맞는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e비즈니스는 대기업이 이끌고 가는 모델이 맞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동등하게 생각해 e비즈니스를 추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상민=ERP 도입 이후 가장 큰 효과는 데이터베이스의 통합이다. 재고량뿐만 아니라 경영을 위해 필수적인 자료가 실시간으로 통합되고 한번에 요약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실시간 관리를 통해 이전과는 달리 철저한 재고관리와 영업사원 관리를 통한 기업의 신뢰감 확보가 가장 중요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유영민=논외로 e비즈니스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ERP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 비싸다는 기준을 가지고 현재 나와 있는 패키지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됐다. ERP는 글로벌 표준화와 협업을 해결하는 도구로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며 ERP를 자체 개발하면 어떻고 패키지면 어떻겠는가. 현재 출시된 ERP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들은 ERP를 ASP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끝으로 오프라인 기업의 디지털화는 혼자 되는 것이 아니다. 물류·공급업체 등 공급망의 틀속에서 경쟁논리에 따라 e비즈니스화가 진행될 것이며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e비즈니스를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죽어봐야 관속을 안다’는 말이 있다. 90년대 말 어려울 때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지금의 LG전자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리=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