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전략적 제휴에서 결렬까지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간 메모리 부문 매각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미국 마이크론 본사에서 체결한 조건부 양해각서(MOU) 발표로 급류를 탔던 하이닉스 매각 문제는 11일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22일 스티븐 애플턴 마이크론 회장이 방한, 하이닉스와의 전략적 제휴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된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5개월 8일에 걸친 매각협상은 사실 반전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애플턴 회장의 방한 후 꼭 11일 만인 12월 3일 ‘전략적 협력 방안에 협의했다’는 내용을 전격 발표해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양사는 12∼1월 사이 두 달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4차례의 협상과 하이닉스 공장 실사를 전개, 매각은 급류를 타는 듯했다.

 잘 나가던 협상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한 것은 2월 초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방미, 5차 협상을 갖는 과정에서 마이크론이 신규 대출 조항 등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하면서부터. 이에 채권단은 반발했고 2월 18일 마이크론에 수정안을 제안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헐값 매각 시비가 불거져 나왔으며 독자생존론이 또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하이닉스 노조가 공식적으로 매각 반대를 천명했다. 협상이 미궁 속으로 빠질 조짐을 보이자 3월 10일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과 이덕훈 한빛은행장 등 협상단 10여명 마이크론을 방문, 상당부분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3월 19일 마이크론이 돌연 하이닉스에 여러 가지 독소조항을 담안 재수정안을 제출했다. 이것은 결국 이번 MOU의 초안이 됐다. 불공정한 마이크론의 안으로 인해 이후 약 한 달 동안 협상은 더이상 진척되지 못한 채 답보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후 하이닉스는 1분기에 14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실적을 발표하며 마이크론과 채권단을 압박했으며 독자생존 가능성은 더욱 고조됐다.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채권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급기야 4월 18일 이덕훈 한빛은행장과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 등 채권단과 하이닉스 경영진은 마이크론으로 넘어갔고 정부의 강한 의지에 밀린 협상단은 19일 조건부 MOU를 교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4월 21일 방미 협상단의 MOU 발표와 함께 MOU 전문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MOU 내용 중 협상단이 얻어낸 게 거의 없이 마이크론의 3월 19일 수정안이 대부분 반영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이 조건부 MOU는 지난 29일 진통 끝에 채권단의 동의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30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부결됐고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은 5개월 전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