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 무산은 하이닉스 주가에는 단기 상승 모멘텀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와 주식 시장 전체에는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하이닉스는 전날 채권단의 매각 결정에 따라 하한가 735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후 1시 50분경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매각이 부결됐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급상승, 10분 만에 상한가 1035원으로 주가가 급반전되기도 했다. 결국 주가는 매각 무산이라는 호재와 단기 차익을 노린 데이트레이더들의 공방속에 55원(6.11%) 오른 955원으로 마감됐다.
거래량은 5억6024만주로 거래소 시장 전체 거래량의 56.5%를 차지했으며 전날 거래 7079만주의 8배에 달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하이닉스의 매각 협상이 부결되면서 하이닉스 주가는 단기 모멘텀을 얻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하이닉스 주가 폭락은 메모리 사업부 매각후 하이닉스의 잔존법인은 비메모리사업부의 제한적인 수익모델(2002년 1분기 현재 적자)을 고려할 때 남는 게 없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협상 부결은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을 막을 수 있게 된 조치로 하이닉스 개별 주가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하이닉스가 이날 매각 부결 이후에도 대량 거래속에 상한가를 지키지 못하는 등 데이트레이더들의 단기 매매 성향이 여전하다는 점은 수급상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D램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2분기 동안은 D램 가격의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하이닉스의 중장기 주가 전망에는 부정적인 요소로 풀이된다.
하이닉스의 매각 협상 부결은 주식 시장 전체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이날 하루 동안의 거래소종합지수는 하이닉스 개별 주가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표참조
하이닉스의 매각 부결은 우리나라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반도체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정수 신한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장기간 끌어오던 매각 문제를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해외쪽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는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가 ‘독자 생존’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반도체 현물 시장에도 공급 물량의 증가가 나타나며 반도체 시장의 본격적 회복 시점은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의 최대 구조조정인 이번 빅딜이 무산됨으로써 D램 경기가 다시 곤두박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의 협상 결렬로 D램 생산업체 간의 공급물량 조절에 대한 공감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이닉스 매각 타결시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삼성전자도 기대감이 사라져 주가 상승에는 다소 부담이 될 것이란 예상이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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