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무산

5시간 격론 끝에 이사회 만장일치 부결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가 메모리부문 매각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는 독자생존 또는 청산의 기로에 서게 됐으며 향후 처리방향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노조·소액주주간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30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오전 8시부터 10명(사내 3명·사외 7명)의 사내외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다섯시간에 걸친 마라톤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MOU 동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달 19일 체결한 MOU는 이날로 효력을 상실, 양사간 매각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숀 마호니 마이크론 대변인도 “하이닉스 이사회가 MOU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기존 MOU는 자동소멸된 것으로 본다”며 매각협상이 끝났음을 공식확인했다.

 이사회는 이날 ‘하이닉스 이사회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채권단이 작성한 잔존법인의 재건방안은 메모리사업의 매각대가로 인수할 마이크론의 주식을 최근 주가와는 달리 과다하게 산정했고 우발채무 발생규모와 시기를 비현실적으로 추정하는 등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마이크론측도 채권단이 제시한 잔존법인 생존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 왔음을 이사회는 강조했다.

 이사회는 또 “하이닉스가 처해있는 여러가지 상황과 문제점, 그리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검토한 결과 메모리사업 매각이 그 자체로서는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반도체시장의 여건 호전, 신기술 개발로 인한 사업경쟁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독자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하이닉스 박찬종 홍보담당 상무는 “이사진이 다섯시간 동안 토의를 거쳤으나 채권단이 통과시킨 MOU안에 담긴 잔존법인 생존방안에 대해 대다수가 의구심을 나타냈고 독자생존 방안이 더 가능성 있다는데 의견을 모아 만장일치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채권단과 정부 관계자들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와 관련, “앞으로 하이닉스는 채권단회의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될 수밖에 없다”며 법정관리 또는 청산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하이닉스에 더 이상의 정부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한빛은행 고위 관계자들도 “모든 것이 이제 하이닉스에 달렸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하이닉스 노조와 투신권은 MOU 부결을 환영하면서 독자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회의장 주변에서 농성중인 하이닉스 노조와 소액주주들은 “이사회의 용기있는 결단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상영 노조위원장은 “독자생존을 위해 회사와 동조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하이닉스 이사회는 독자생존 방안을 채권단에 보내 신규자금 지원없이 2조원 정도의 부채탕감 또는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혀 독자생존 여부를 놓고 향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