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어떻게 되나?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MOU가 이사회 동의를 얻는데 실패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향후 하이닉스호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의 향후 거취에 대한 열쇠는 정부와 채권단이 쥐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하이닉스의 갈길이 정해질 전망이다.

 ◇매각=지난달 19일 하이닉스와 채권단, 마이크론의 3자간 맺은 조건부 MOU는 이사회 승인에 실패했지만, 마이크론간 재협상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채권단이 마이크론을 설득, 다시 한번 협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 채권단 일각에선 이미 이번 MOU부결의 빌미를 제공한 이사회의 이사진을 재구성하기 위해 출자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문제는 마이크론이 다시 협상테이블로 나올 수 있겠느냐는 점. 이미 마이크론은 이번 이사회 전에 채권단에 잔존법인 채무재조정안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마이크론이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제3자를 통한 매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메모리부문 세계 2위인 마이크론말고는 하이닉스 정도의 업체를 인수할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히 회의적이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에 눈길조차 주지않고 있는 데다 인피니온 등 다른 업체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생존=하이닉스 임직원과 소액주주,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체, 참여연대, 투신권 등 일부 채권단 등이 가장 선호하는 안이다. 지난 1분기에 1450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한데 힘을 얻은 하이닉스측도 지난 26일 ‘채권단의 추가지원 없이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자구안을 마련, 채권단에 제공하는 등 적극적이다.

 반도체 전문가들도 정부와 채권단의 일부 추가지원과 반도체 시장만 받쳐준다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와 노조측도 “독자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떠한 구조조정도 감내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안의 관건은 역시 채권단이다. 9조원대의 막대한 부채와 해마다 수조원대의 시설투자가 불가피한 반도체업종의 특성상 추가지원 없이는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미 이사회의 MOU 부결 이후 일부 채권단은 ‘시장논리에 맡기겠다. 추가지원은 힘들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법정관리=매각이나 독자생존이 아니라면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법정관리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30일 이와 관련, “하이닉스가 채권단회의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법정관리 가능성을 내비쳤다. 재경부 관계자도 “채권단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설령 법정관리로 간다해도 복잡한 문제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포기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법정관리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관리는 청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하이닉스와 협력업체 수십만명의 직원과 현대건설 등 계열사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정부와 채권단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렇게 될 경우 정부로서는 정치적 논리에 빅딜에서 매각까지 추진하다가 막판에 시장논리로 하이닉스를 퇴출시켰다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MOU 결렬로 갈림길에 선 하이닉스의 행보는 현재로선 서너가지의 시나리오만 난무할 뿐 확실한 각본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