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성격과 동작의 특징들을 설정해 나가는 것은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시각적 이미지로 구체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며, 창작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감수(?) 내지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이기도 하다. 국산 창작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한다는 동기 부여는 모든 제작자들이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몰두하기에 충분한 아주 유익한 과정이었다. 사실 제작 전반을 진행해 나가면서 이러한 경험치들을 통해 꼭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내고자 하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마치 만화영화 주인공들처럼 눈을 부릅뜨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주인공 ‘해로’ ‘토레미’와 함께 동행하는 캐릭터로는 캐릭터의 활동범위를 좀 확대해 줄 수 있는 빠른 걸음걸이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빠른 걸음걸이의 캐릭터라 함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성격은 온유한 이미지의 캐릭터라…. 이에 우리는 ‘타조’를 생각하게 되었다. 거북이, 토끼, 타조…. ‘캐릭터의 체구에 대한 균형으로도 크게 어긋나지 않고,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역할을 다 해낼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타조의 이름은 ‘듀지’고, 극중에서 급한 일이 생길 때는 ‘해로’와 ‘토레미’는 ‘듀지’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본 듯한, 긴 목을 쭉 빼고 눈을 껌벅거리는 타조의 얼굴은 귀엽다기보다는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재미있는 인상이었다.
조류에 포함되지만 일반 새들처럼 날지는 못하는 타조를 캐릭터화하여, 날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날고자 하는 욕구를 갖은 타조가 날아보겠다는 의지로 ‘해로’ ‘토레미’와 함께 ‘기적의 산’으로 동행한다는 플롯이 구성될 수 있었다. 조금은 이기적인 성격이지만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는 모험길에서 결국은 ‘듀지’도 많이 성장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교훈적인 성장드라마의 코드도 적용되었다. 결국 이렇게 탄생된 ‘듀지’는 드디어 ‘기적의 산’을 향해 ‘해로’와 ‘토레미’와 함께 길을 떠나는 단짝친구들이 되었고, 밝고 명랑하고 개성이 강한 ‘듀지’를 통해, 26부작을 끌고 가면서 다양한 사건과 해결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벅차 올랐다. 그리고 사실 현재 가장 반응이 좋은 캐릭터 중의 하나가 되었다.
모든 극에는 ‘선’과 ‘악’이 있기 마련이다. 악당 캐릭터 ‘후이’에 뒤이은 2인자로는 ‘후이’를 누님으로 모시는(?) 어리버리한 도마뱀 ‘초로타’다. 재미요소를 더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강하고 개성있는 연기가 필요했다. 도마뱀이라는 동물의 특성을 살린다고 한다면? 여러가지 동작을 스태프들과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해보이며 ‘초로타’의 이미지를 잡아 나갔다. 처음에는 도마뱀 특유의 혀를 낼름거리는 동작으로 기획해 보았지만 캐릭터의 개성치고는 상당히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결론 아래, 혀의 동작은 하지 않고 그 대신 주변상황을 살피거나 대화를 하기 바로 전 동작으로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큰 귀를 여러 번 접었다 펴거나, 탁탁 흔들어 터는 동작을 주기로 했다. ‘초로타’의 꼬리는 움직임을 많이 줄 경우, 역시 혀와 비슷하게 혼돈스럽거나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결론에서 가끔 한두 번 흔들어 주는 것으로 했다. 가끔 허둥지둥하는 표현으로, 좌로 갔다 우로 갔다 하면서 엉거주춤하는 동작(과거 70∼80년대의 한 인기코미디언의 춤동작과 흡사)과 엉겁결에 한번 내뱉은 말에 대해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연기를 애니메이터와 스태프들이 실제 연기해 보면서,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동작들로 많이 웃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창작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흠뻑 빠질 만큼 참으로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었다.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가는 과정은 스태프들과 애니메이터가 실제 그 캐릭터의 입장이 되어 말과 동작을 연기해보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였고, 조금 더 정리된 아이디어를 컴퓨터 속의 캐릭터로 구현해 보면서 컴퓨터 화면을 통해 연출되어지는 동작들을 보면서, 더 재미있고 캐릭터 속성에 맞을 만한 동작들로 여러번의 수정을 거듭해 갔다.
‘타이슨’은 큰 등치에 조금은 우둔해 보이는 행동으로 상황파악을 잘 못하고,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 앞서는 단순무식한(?) 스타일이고, 악당치고는 빈틈이 많은 캐릭터로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걷고, 극중에서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부수거나 계곡 사이에 쳐있는 그물다리를 끊거나 하는 등의 힘쓰는 역할에 제격이었다. 상의 복장으로는 특별히 옷을 갖추어 입진 않고, 큰 체구를 강조하기 위해 굵은 가죽벨트를 한쪽 어깨부터 비스듬히 걸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캐릭터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도록 했다. 힘 좀 쓰게 생긴 캐릭터 ‘타이슨’ 역시 ‘후이’를 누님으로 부르고 누님의 지시를 그대로 고분고분하게 따르도록 하여 캐릭터 크기와 힘으로 볼 때는 부조화이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의 개그 표현으로 적절히 어울릴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만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캐릭터의 특징과 비중에 따라 하나하나의 동작과 특징을 잡아가는 과정은 관객의 감성을 이끌어갈 만한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또 동시에 애니메이터들의 연기를 통해 캐릭터와 관객들이 만난다는 측면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가능하면 짧은 시간 동안에 그 내면의 특징까지도 전달하게 하는 것이 작업의 관건이었다.
이렇게 되면 주인공 캐릭터의 캐스팅은 어느정도 마무리 된 상태였고, 그 외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적어 볼까 한다.
이제 다음 작업은 어떠한 포맷으로 어떠한 제작기술을 가지고 실제 프로덕션에 들어갈 것인가다. ‘국내에서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을 26부작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시도해 보자’라는 커다란 설정 내지 당면과제를 세워둔 채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기대감과 불안감(?)으로 경주는 시작되었다.
박정원<한신코퍼레이션 내츄럴 이미지 실장 jullianapar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