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격 표시제 시행 첫날인 1일 대부분의 전자복합단지는 이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가에서는 아직도 가격표시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마지 못해 이를 준수해 전자단지 내에서 가격 표시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격 표시제 준수 현황=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 주요 전자복합단지는 시행에 앞서 각 상가 상우회를 중심으로 가격 표시제를 준비해 왔다. 용산 전자상가는 지난 1일부터 나진·선인·원효·터미널 상우회에서 가격표(테그)를 일괄 제작해 이를 보급했다. 또 가격에 민감한 조립 PC업체나 부품업체는 매장 앞에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보드를 제작해 내걸었다. 류인규 선인상가 컴퓨터 상우회 회장은 “가격표를 제작해 선인상가내 500여개 업체에 모두 배포했다”고 말했다. 테크노마트도 상우회 주도로 가격표를 만들어 모든 상가에 이를 나눠주었다. 테크노마트 측은 “가격 표시제 시행에 앞서 이미 PB 상품과 기획 판매전을 통해 판매하는 가전제품를 대상으로 가격 표시제를 시행해 왔다”며 “이 같은 상품 수가 전체의 70% 정도며 나머지 30%를 대상으로 1일에 맞춰 가격표를 일괄적으로 붙였다”고 밝혔다.
◇가격 표시제 ‘절반의 성공(?)’=하지만 가격 표시제가 제대로 시행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테크노마트의 한 관계자는 “냉장고·TV 등 일부 품목은 가격 표시제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부품 시세에 따라 가격 변화가 큰 조립PC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전자단지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물류인데 여기에는 각 매장 혹은 전자단지 만의 노하우가 배어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가격을 붙이는 것은 전자단지의 특수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 상태에서 이뤄진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도 “1일 시행에 맞춰 가격표를 붙이고 있지만 소비자는 물론 상가에서도 곧이곧대로 이를 믿고 따를지는 의문”이라며 가격 표시제의 편법 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와 전망=1일부터 가격 표시제가 시행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전자상가에서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 결국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행 주체인 해당 구청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변하는 부품 시세를 일괄적으로 알기 힘들고 생산과 유통 과정을 축소해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집단 전자상가의 입장을 인정하고 있어 전자상가 내에서의 가격 표시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자상가 내에서 가격 표시제는 있으나마나한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차라리 이에 대한 투자보다는 서비스 개선이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상품 유통에 몰두하는 것이 월드컵을 앞두고 전자상가의 이미지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