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혁명 카운트다운>(1)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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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유통시장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제조-도매-소매-소비자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유통 구조가 허물어지면서 제조업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신유통 채널이 촉발한 ‘유통파괴’는 소비자의 ‘바잉파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은 유통혁명에 원동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유통업계에 부는 반란의 바람과 이에 따른 전자 유통 시장의 변화와 미래상을 총 8회에 걸쳐 집중 점검해 본다. 편집자

 얼마 전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GE·포드·소니 등 굴지의 제조업체를 제치고 비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월마트가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선두로 올라섰다고 내용이다. 창업 40년 만에 월마트를 세계 제1 기업의 반열에 올린 샘 월튼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유통과 정보기술(IT)’를 꼽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월마트의 득세는 유통혁명을 시사해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유통혁명의 기운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인터넷쇼핑몰·케이블TV 등 온라인 쇼핑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자몰이나 대형 할인점 등이 전자 유통의 새로운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통업체도 제조업체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더 나아가 시장을 주도하는 신흥세력으로 떠오를 정도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유통 정보화 개념에도 눈을 뜨면서 유통 물류망을 정보화로 무장해가고 있다.

 비록 선진국보다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제조·유통업체의 최대 현안으로 물류와 공급망관리(SCM)가 유통물류 분야에서도 예외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신세계 이마트, 롯데 마그넷, LG유통과 삼성전자, 유한킴벌리, 제일제당, 풀무원 등 유통 제조업계를 망라한 유통정보화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소매와 유통·제조업체는 이를 통해 효율적인 재고관리와 운용으로 불합리한 유통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통과 IT의 만남은 자연히 경영 유통관리의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게 된다.

 제조업체가 실수요에 근거한 실시간관리로 계획적 생산을 하게 되고 유통업체도 인기 상품과 비인기 상품을 가려내는 등 합리적 재고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류업체 역시 제조업체의 배송의뢰 패턴을 파악, 예측가능한 경영을 통해 유통체인 업계의 효율성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고객의 구미를 당기는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유통점 등장 역시 유통혁명의 새로운 동인이 되고 있다.

 이미 이마트·마그넷 등 국내 할인점 매출이 백화점에 맞먹는 17조원 수준에 근접했으며 지난 96년 등장한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역시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세를 반영하는 등 호황세를 보이고 있다. 96년 개설된 국내 최초의 쇼핑몰 역시 올해 사상 첫 흑자기조로 돌아서 이같은 흐름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신유통 채널의 급부상은 제조업체는 물론 용산전자단지·테크노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전문 전자상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의 주권이 강화되고 구매 패턴의 합리화를 유도하면서 신유통업계가 제조업체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등장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자 유통시장은 날로 득세하는 신유통 채널, 주도권을 둘러싼 제조와 유통업체의 경쟁 구도, IT로 인한 기존 유통구조의 파괴 등 여러가지 변수와 맞물려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통혁명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