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육시설(BI) 특화 육성 겉돈다

 중기청이 대학 창업보육센터(BI)들의 특화 분야 육성을 전면 재조정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서울시 내 설립된 30여개 BI에 입주한 기업 리스트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각 대학과 지자체·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 상당수가 정부가 지정한 특화 분야와 상관없는 다양한 업종을 유치해 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센터 자체가 특화 분야를 포기하거나 입주한 기업들이 창업 초기 업종에서 ‘돈되는’ 업종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사례도 적지 않게 밝혀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각 BI들이 특화 분야와 상관없는 우량 기업을 유치하면서 더욱더 가속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또 입주 초기 기업들 중 지난해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자진퇴거한 업체가 늘어 각 시설별 특화 분야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 점도 ‘탈특화’ 흐름에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따라 중기청의 BI연례 평가 항목에 특화 운영에 대한 비중이 높아 관련 분야 기업 유치율을 최소 80% 이상 유지시켜온 ‘관례’도 깨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삼육대의 경우 교육용 콘텐츠를 특화분야로 신청했으나 20여개 입주 업체 중 관련 업종은 50%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대도 초기 문화콘텐츠물과 관련 기기 제작분야를 ‘주력’으로 삼았으나 현재 이 분야 관련 업체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희대는 설립 초기 특화 분야에 적당한 기업들을 유치하자마자 유치업종을 다른 분야로 빠꿨다. BI설립 당시 지원한 해당 분야 업체수가 당초 계획한 17개 업체에 턱없이 못미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디어·영상·신약·의료·문화예술 분야 등을 특화시킨다고 계획했던 상당수의 여타 보육시설들도 IT를 포함한 다른 분야 업체들이 혼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보육시설 관계자들은 BI 유치기관과 지역 여건에 맞지 않은 특화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적·물적 집적도를 높여 해당 분야에 시너지를 높인다는 당초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장비 구입과 운용을 위한 예산 확보조차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경쟁적으로 보육센터를 유치해 놓고도 운영 및 시설 자금 투자에 인색한 각 대학 및 기관들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창업보육시설 관계자는 “주로 IT 중심으로 편성됐던 보육센터 입주 업체들이 최근 부상하고 있는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바이오산업(BT), 콘텐츠산업을 주력 업종으로 하는 기업들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환경 변화를 감안한 특화분야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기청 관계자는 “지방과 수도권 등 대도시 지역 BI가 처한 현실이 좀 다르다”고 인정하면서 “유사 업종 집적화가 바람직한 지방 대학에는 특화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대도시 대학의 경우 특화 유지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현실화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