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어도 좋다, 입상권에만 들어라.’
국내 IMT2000사업자의 장비업체 선정을 위한 장비성능테스트(BMT)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외국계 이동통신 장비업체들의 공급권 획득을 위한 레이스가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국내 3개 IMT2000사업자 중 BMT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비동기식 사업자인 KT아이컴과 SKIMT.
KT아이컴은 지난해 말 실시한 1차 BMT에 이어 LG전자·삼성전자·에릭슨-이스텔 컨소시엄·노텔-머큐리 컨소시엄을 상대로 2차 BMT를 진행 중이다. KT아이컴은 이번주까지 BMT를 진행한 후 우선협상대상자 2개사와 예비협상대상자 1개사 등 총 3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SKIMT는 지난 3월 LG전자·삼성전자·에릭슨·노텔네트웍스·알카텔·모토로라·노키아 등을 상대로 1차 BMT에 들어갔다. SKIMT는 이달 안으로 2차 BMT 참가업체를 선정한 후 6월께 2차 BMT에 착수, 11월까지 BMT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상황을 놓고 볼 때는 수적으로 많은 외국계 업체들이 더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국내 이통사업자가 국내 업체를 배제한 채 외국계 업체를 단독공급업체로 선정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외국계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즉 국내 업체 1개사, 외국계 1개사의 복수공급자 구조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들 외국계 업체가 설 자리는 국내 업체에 비해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국내 장비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업체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외국계 업체들이 느끼는 부담은 결코 적지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업체가 아직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렇다 할 공급사례가 없어 이번 공급권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국내 지사의 무선사업부 존립 의미가 약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해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현재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곳은 두 비동기식 사업자의 BMT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에릭슨과 노텔네트웍스.
에릭슨코리아(대표 야노스 휘게디)는 지난 99년부터 IMT2000사업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조직을 무선사업부로 통합개편한 에릭슨이 기술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릭슨 관계자는 “에릭슨은 과거 한국의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시에도 기술이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 사업에서도 단순한 공급자가 아닌 기술협력업체로 다가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텔네트웍스코리아(대표 정수진)도 IMT2000사업을 국내 이동통신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이번 BMT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무선사업부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준비에 들어간 이 회사는 정수진 사장이 이를 직접 총괄하고 있으며 홍콩 아태본부에서 기술지원인력이 수시로 국내에 드나들고 있다.
이 회사 무선사업부의 에릭 심 상무는 “이번 사업 성공의 관건은 통신사업자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굳건한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이라며 “노텔은 한국 통신사업자들의 품질 및 성능 개선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알카텔·모토로라코리아·노키아코리아도 비록 KT아이컴의 BMT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SKIMT 공급권 획득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벌이고 있다.
무선사업본부를 통해 국내 IMT2000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한국알카텔(대표 김충세)은 통신사업자와의 애플리케이션 공동개발, 국내 솔루션업체들의 알카텔 본사 연구소 활용 추진 등을 통해 ‘윈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밖에 모토로라코리아(대표 오인식)와 노키아코리아(대표 에로 라이티넷)도 단말기사업부 외에 별도로 관련 사업부를 신설해 국내 IMT2000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이들 업체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외국계 업체 중 국내 이통장비 공급실적이 가장 많은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대표 양춘경)는 KT아이컴과 SKIMT의 BMT에 모두 참여하지 못해 사실상 국내 비동기식 IMT2000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