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부터 국가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보화촉진기본계획(1996)’ ‘Cyber Korea 21(1999)’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프라를 구축하고 상당한 수준의 정부·기업·개인정보화가 이뤄졌으며 정보통신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세계 각국도 우리의 정보화 성공신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정보대국임을 자찬하며 축배를 들 수 없다.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의 가장 큰 축인 기업들의 정보화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기업정보화지원센터와 공동으로 10회에 걸쳐 우리나라 기업정보화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 새로운 정보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한 대안을 도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의견 및 제안 opinion@itr.re.kr, opinion@etnews.co.kr)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정보화의 현주소를 선진국 수준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산술적인 수치만을 놓고 보면 분명 정보화 대국이다. 네트워크, 컴퓨터 보급율, 이동전화 보급율, 인구대비 인터넷 이용자 등의 수치만을 놓고 보면 우리는 선진국이다.
그러나 문제는 고도 정보화 사회라는 수준이 단순 수치만으로 도달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치 서유기에서 나오는 부처의 손바닥처럼 가도가도 끝없는 무한대의 세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보화 수준은 단말기·프로그램 보급은 선진국, 활용능력은 후진국으로 요약된다. 특히 국내 경제의 동력인 기업정보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보화 경쟁력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기업정보화, 아직 ‘낙제생’
기업정보화지원센터(http://www.itr.re.kr)와 연세대 산업정보시스템 연구실이 조사한 ‘기업정보화수준평가’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정보화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지난 2001년말 국내 제조, 건설, 금융, 유통·서비스 등 4개 업종 1000여개 기업에 대한 정보화 수준이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정보화목표, 정보화설비, 정보화환경, 정보화지원, 정보화응용, 정보화활용 등 6대 영역 270여개 항목을 토대로 작성됐다. 업종·규모별 347개 기업에 대해 정보화 수준이 들어 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우선 대기업의 약 48%는 재무·마케팅·인사·생산업무 등 별도로 구축된 업무 정보시스템 통합과 이에 따른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이 추진되는 이른바 기업내정보화(Business Integration)단계에 와있다.
30대 정보화 우수기업을 포함한 대기업의 약 30%는 기업간정보화(Industry Integration) 단계로서 기업내정보화를 근간으로 고객 및 협력업체와 전자거래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한 협업적 정보시스템을 구축·활용하고 있다.
정보화 수준이 이미 지식정보화(Role-Model Generation) 단계에 접어든 약 4%의 대기업만이 축적된 선진 업무지식을 활용, 새로운 업무방식과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이 구축한 정보시스템의 운영 및 응용 능력이 동종 산업계에서 벤치마크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약 41%가 기업내정보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반면 약 36%는 업무정보화(Process Integration)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아직 개별 업무처리 지원을 위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는 수준이다. 개인의 업무전산화만을 지원하는 수준인 기능정보화(Function Integration) 단계에 있는 기업도 18%에 이른다.
업종별 기업정보화 수준의 경우 제조, 금융, 건설, 유통·서비스 등 4개 업종은 엄청난 상대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업종별 정보격차가 상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업종별 정보화 수준은 금융업(55.88)과 유통·서비스업(50.30)이 타 업종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제조업(47.74)과 건설업(43.32)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규모에 따른 기업정보화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중소기업(39.88)은 대기업(57.90)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장비는 선진국, 활용도는 후진국
국내 기업의 전체적인 정보화 수준을 평가한다면 하드웨어·네트워크 등 정보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진입했으나 이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즉 정보시스템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경영전략을 실현하는데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도입된 응용시스템과 관련된 업무 종사자의 정보활용 능력과 전문성 또한 대부분 단순 정보조회 수준인점이 특이할만 하다. 기업들은 축적된 정보와 지식을 통해 새로운 업무방식이나 비즈니스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IT의 전략적 활용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e비즈니스 또는 c커머스가 기업 속에 깊이 파고들면서 기업간 또는 고객과의 협업적 거래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이를 적용하는데 있어서 아직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결과다.
정보화추진 조직 및 인력, 관련규정 등 제반관리체계와 관련된 정보화환경 또한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화 인프라 및 인력의 부족함을 아웃소싱 등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아직은 상당히 미흡한 상태다.
정보화, 아직 멀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우리나라의 종합적 기업정보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49.84로 아직 기업내정보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주요 업종간에도 격차가 심한 편이다. 비록 지식정보화 단계에까지 이른 소수의 선도적 기업이 국내 기업정보화 수준을 이끌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 미흡하다.
IT강국은 성공적인 기업정보화 구현이 기업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다시 IT기술 재투자 및 첨단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지는 전통산업과 IT산업 선순환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산업과 IT산업의 연결고리인 기업정보화는 아직 미완인 셈이다.
특히 IT인프라 수준을 나타내는 정보화설비 수준(65.64)이나 정보화전략 및 계획 수준인 정보화목표 수준(59.20)은 높은 반면 IT를 현업이 활용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정보화응용 수준(42.27) 및 정보화활용 수준(42.35)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직도 기업정보화의 총체적인 성숙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증거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작년 업종별 기업정보화수준·평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