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해법을 찾아라>(2)해외 재매각 가능한가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해외매각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재천명함에 따라 ‘과연 해외매각 재추진이 가능할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매각 재추진이라면 그동안 협상을 벌여온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물론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이닉스의 메모리 부문 또는 유휴설비를 매각할 수 있도록 재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외매각 협상대상자들의 성향을 면밀히 따져보면 해외 재매각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마이크론과의 재협상 가능성=그나마 재협상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의 숀 마호니 대변인은 “하이닉스 이사회의 부결로 MOU의 효력도 없어졌지만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 재협상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마이크론이 재협상에 나선다고 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다만 차세대 설비투자 계획이 다소 지연될 수 있겠지만 마이크론 입장에서 협상 재추진으로 협상이 타결되든 다시 결렬되든 결과에 관계없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어차피 MOU를 다시 체결한다면 마이크론은 본계약 체결에 앞서 하이닉스를 정밀 실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고 이에 따라 메모리업계의 호적수인 하이닉스의 고객정보 등 영업기밀을 낱낱이 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다. 반면 실사를 당한 이후의 하이닉스는 최종협상이 다시 결렬된다 하더라도 경쟁업체인 마이크론에 업무기밀이 공개된 터라 불리한 위치에 처하기 마련이다.

 이유야 어떻든 마이크론과의 재협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이 판다는 원칙을 정한 채 몸이 달아있는데다 협상 상대가 자신뿐이라는 것을 마이크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전의 ‘조건부 MOU’보다 더 나은 조건의 MOU를 맺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마이크론은 과거 TI를 대상으로 유사한 협상을 벌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올린 전적이 있어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술책(?)에 당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이 점은 대부분의 채권단이 공감하고 있는 사항이다.

 ◇인피니온과의 재협상 가능성=독일 인피니온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결렬됐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피니온측은 그 이유를 “지난 2월 하이닉스와의 협력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양사의 제휴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지금도 그 평가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피니온은 시너지 효과의 의문성 때문에 재협상의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인피니온은 재정 차원에서도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을 인수할 능력이 없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에 이어 9%대의 시장점유율로 지난해 메모리부문 세계 4위를 기록한 인피니온은 지난 1분기 삼성과 하이닉스가 흑자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96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또 세계 1∼3위 업체 모두 2분기 흑자를 장담하고 있지만 인피니온은 3분기까지도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자금난에 봉착, 독일 정부로부터 2억1900만유로(1억921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기로 하는 등 하이닉스를 사고 싶어도 살 돈이 없는 형편이다.

 특히 인피니온은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100억달러를 투자해 대만에 반도체공장 2기를 건설하기로 1일 최종 합의를 봄에 따라 하이닉스의 해외매각 협상대상자로 나설 가능성은 전혀 없다.

 ◇중국 반도체업체와의 재협상 가능성=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마이크론과의 전략적 제휴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하기 이전 중국의 소자업체들과 유휴설비 매각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중국의 소자업체가 하이닉스 매각 협상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가설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닉스와 중국 업체간의 협상이 깨진 이유를 살펴보면 중국과의 재협상은 가능성 없는 대안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중국 업체와의 협상이 결렬된 것은 마이크론과의 협상개시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서의 차이’ 때문이었다.

 하이닉스는 종업원 고용승계 및 산업 인프라 존속 등의 이유를 들어 생산라인에 대한 운영권만을 중국 소자업체에 넘긴다는 방침이었다. 반면 중국 소자업체는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완전히 이전하는 리로케이션 방식을 요구한데다 가격 또한 헐값을 요구했다.

 거기에다 하이닉스는 최초 매각 대상의 반도체 공정을 0.20미크론 이상으로 주장하다 추후 0.18미크론까지로 후퇴하긴 했지만 중국 소자업체는 시종일관 0.13미크론 이상의 200㎜ 웨이퍼 가공라인을 원했다. 결국 서로의 견해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매각협상은 결렬됐다.

 반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대만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까지 중국에 팹 매각을 희망하고 나서면서 하이닉스 유휴설비는 희소성의 가치가 저하됐고 헐값으로 판단됐던 6개월 전보다 훨씬 싼값이 아니면 팔릴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