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재추진 논의 배경

 ‘여전히 해외 매각이 최선의 방법이다.’

 미국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이 결렬됐지만 어떻게 해서든 하이닉스의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가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채권단이 판단할 문제지만 하이닉스에 더이상 신규 자금 지원은 어렵다”고 전제,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대외 신인도 문제를 고려할 때 ‘매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에 나서기엔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고 그렇다고 하이닉스를 인수할 만한 제3의 인수처를 찾기는 더 힘들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 이처럼 재매각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각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채권은행들은 “더 이상의 추가지원은 없다”는 방침을 재천명한 상태다.

 하이닉스와 시민단체 등에서 ‘독자생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엄청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채권단의 협조가 없는 한 이 같은 독자생존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리스크 요인을 줄임으로써 증권·금융 등 자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재매각이라는 것도 정부와 채권단의 생각이다. 물론 하이닉스 매각 불발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고 채권단도 상당한 대손충당금을 축적, 실질적인 파장은 작지만 장기적으로 하이닉스 문제는 국가신인도와 자본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와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매각강행’ 방침을 조금도 굽히지 않는 것은 정치적 논리가 다분히 개입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구조조정 지연이란 정치적 부담을 계속 안고 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6월 지자체 선거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2년동안 ‘골칫거리’로 남아있는 하이닉스 문제를 어떻게든 조기에 해결함으로써 정치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야당측은 이미 하이닉스 문제를 정책실패의 대표 사례로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