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부결에 대한 해외 반응

 하이닉스 이사회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잠정 인수협상안을 부결한 데 대해 외국 전문가들은 대부분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이닉스 이사회의 이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니담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스코벌은 하이닉스가 앞으로 “생산설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없기 때문에 고정거래가보다 낮은 현물가로 반도체를 대량 판매할 것이며 이로 인해 하이닉스의 재정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이닉스는 재정압박이 심해지면서 고정거래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문제는 하이닉스가 언제 도산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몰리펀드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인 벤 애크리그는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며 “내부 현금유동성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가 생존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에 대한 사형집행이 유보됐으나 형집행을 영원히 연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버딘그룹의 반도체연구소장인 러스 크레이그는 “이번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협상안이 안정성과 담보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면서 “이번 협상이 마이크론의 주가를 토대로 하는 만큼 마이크론의 주가를 높이려는 시도는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조 오샤는 “솔직히 하이닉스 이사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하이닉스의 몰락을 지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밖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 요지.

 ◇브라이언 헌세이커(노무라증권)=은행권은 물론 비은행권 채권자들은 신규대출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하이닉스의 생존 여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데이비드 우(웨드부시모건증권)=하이닉스는 앞으로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이며 독자생존은 험난한 여행이 될 것이다.

 ◇한스 모지스먼(프루덴셜증권 애널리스트)=하이닉스의 현재 생산설비로는 인텔과 AMD 등이 자사 프로세서에 사용하고 있는 DDR D램 제품의 세부적인 규격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연말이 되면 D램시장의 수급상황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하이닉스는 시설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10억∼20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되는 이 비용을 누가 대출해 주겠는가.

 ◇데이비드 코(IMF서울사무소장)=만약 내가 채권단이라면 하이닉스에 대한 추가 대출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요 채권은행의 경우 하이닉스에 대한 대출부담이 심각한 상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