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재추진-독자생존 이견 팽팽

 정부와 채권단은 마이크론측과의 재협상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신규지원 불가방침을 재천명하는 등 하이닉스의 매각협상에 또다시 힘을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부문 분사 등 자구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어 채권단측과 적지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한빛·외환·산업·조흥은행 등 이른바 ‘빅4’ 채권은행들은 하이닉스의 재매각 추진을 위해 2조9000억원에 이르는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조만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채권단은 특히 하이닉스측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일단 부도를 낸 뒤 법정관리 상태에서 재매각하거나 법정관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땐 청산절차를 밟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은행측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유동성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법정관리나 청산 등의 절차는 밟지 않겠지만 재매각 반대 움직임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이같은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해외 재매각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마이크론측이 재협상 의지를 밝혀오면 다시 협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전 부총리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해외 매각을 진행해온 것”이라면서 “부채탕감 및 신규지원이 어려운 만큼 여전히 해외 매각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도 “하이닉스는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며 독자생존 주장은 착각에 불과하다”면서 “곧 채권단이 이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분사, 해외투자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을 천명하는 등 독자생존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수탁생산(파운드리) 능력 확대가 필수적인 해외 파운드리업체 및 반도체설계업체(팹리스)들과의 제휴방안이 적극 타진되고 있다.

 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1일 “비메모리 부문은 노후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이크론과의 협상 이전에도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표명해 왔다”면서 “이 중 한두군데로 압축해 해외 벤처캐피털까지 끌여들이는 삼각 협상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비메모리 부문을 영업자산 1조7000억원에 부채 3000억원으로 만들고 최종 분사시에는 ‘빚 없는(Debt Free)’ 클린 컴퍼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진출을 준비중인 대만 TSMC·UMC와 협력해 하이닉스가 8인치 웨이퍼 0.25미크론 이상의 공정에 대해 상호 협력할 수도 있고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업체들과도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세계팹리스반도체협회(FSA) 윔 로렌츠 회장(자일링스 대표)은 “대만 파운드리업체들만 믿기에는 입지여건도 나쁘고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한국이 파운드리산업의 역량을 강화한다면 실리콘밸리의 팹리스 회사들과 협력해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