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MS, GE, IBM 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과 함께 세계 4대 IT 메이저 반열에 오른 것은 우선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영광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성공사례는 IMF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혼란과 중국 제조산업의 급부상으로 흔들리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 희망을 던져주는 동시에 국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타를 제시해주는 사건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삼성전자의 강점과 약점=주요 IT 메이저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사업분야가 복합적이라는 게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의 MS, 컴퓨터의 IBM, 가전의 소니, CPU의 인텔, 통신의 노키아처럼 삼성은 뚜렷한 대명사를 붙이기가 어렵다. 메모리의 삼성일 수는 있지만 메모리가 삼성을 대표할 수는 없다. 삼성은 반도체, 통신(이동전화단말기), 컴퓨터가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 사업구조에서 3각편대를 구축함으로써 수익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해 세계 IT경기 침체로 컴퓨터의 HP와 델, 가전의 소니와 필립스, 반도체의 인텔 등 각 분야 전문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삼성의 통신, 반도체, 컴퓨터(가전 포함)의 3각 구조는 디지털컨버전스시대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올릴 수 있는 잠재력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복합적인 사업구조는 단점도 있다. 메모리에서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최고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열위에 놓여있다. 통신에서는 노키아, 컴퓨터에서는 IBM·HP·델, 가전에서는 소니와 GE의 빛에 가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비록 종합성적에서는 뒤질 게 없지만 개별 사업별로는 1등 기업과 비교해 규모나 명성이 뒤처진다.
◇시사점=삼성의 4대 IT 메이저 진입성공은 국내업체들도 세계 메이저로 등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가전과 컴퓨터에서 항상 2류에 만족해야 했던 상황과는 천지차이다. 삼성전자 성공신화에 가장 큰 공은 발달된 국내 통신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사업성공으로 연결시킨 공은 분명 삼성전자에 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이젠 국내업체들도 국내시장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누구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의 급부상으로 흔들리고 있는 국내 산업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도 삼성이 먼저 보여주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삼성의 성공 뒤에는 철저한 구조조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매출의 많고 적음은 제품과 시장상황에서 결판이 나지만 높은 이익률은 제품이 아니라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보여준 것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세계 10대 IT업체 1분기 실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