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중심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인구 80만명, 현지인 25만명에 불과한 두바이가 최첨단 IT도시를 꿈꾸며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두바이인터넷시티(DIC)가 있다.
두바이 시내에서 사막을 가로질러 놓인 아부다비행 고속도로를 타고 시속 120㎞로 20분쯤 거리에 위치한 DIC는 도시(시티)라기보다는 하나의 단지다. 드문드문 보이던 거주지가 사라지고 광활한 사막이 펼쳐질 때쯤 모래 빛깔의 2∼3층 건물에 눈에 익숙한 기업들의 이니셜이 보이기 시작한다. Microsoft, IBM, Kodak 등 다국적 IT기업들이 DIC에 입주해 있다.
이곳에 처음 들어와서 느낀 감정은 고요함을 넘는 적막함이다. 유럽풍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게이트를 통과하면 바로 수백대의 자동차들이 지상 주차장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30도를 웃도는 찌는 듯한 더위와 구름 한점 없는 사막 하늘에서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빛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기후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다국적 대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몰려 드는 것은 두바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 도시를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를 잇는 물류거점으로 육성해왔다. 하지만 물류시스템의 현대화에 따른 역할감소로 새로운 대안을 찾을 필요성을 느꼈다. 여기에다가 유일한 부존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의 매장량이 50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 IT도시 구축을 통해 외국업체들의 두바이 진출을 적극 권장함과 동시에 그들의 기술을 가능한 빠르고 쉽게 이전하겠다는 속셈이다. 특히 두바이에는 IT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인들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통해 두바이를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DIC 전략기획실 디펙 페드마납한 실장은 “UAE는 원유를 제외하고는 자원이 전무한 상태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추진하게 됐다”면서 “오는 2010년에는 UAE 전체 GDP의 7%를 DIC에서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희망을 등에 업고 출발한 DIC는 입주 업체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먼저 DIC에 들어서는 모든 건물에는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려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입주업체들은 인터넷폰·웹호스팅 등 다양한 인터넷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건물, 사무실, 주택의 임대료 역시 기업에 전혀 부담이 가지 않도록 했다. 특히 이곳에 입주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비자와 관세를 면제하는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업체들간의 지속적인 협력과 연구 그리고 공동프로젝트 등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세미나와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2000년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업체수는 이미 600개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것도 시작일 뿐이다. DIC측은 앞으로 3년 이내로 현재의 3배가 넘는 업체가 추가로 들어설 것으로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DIC는 무려 440만㏊라는 어마어마한 면적을 부지로 설정하고 장기플랜을 세워놓았다. 현재까지 개발된 면적은 전체의 채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에 입주한 한국업체가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입주 여부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밖에 다른 국내업체들은 문의조차도 없다고 DIC측은 전했다.
디펙 실장은 “한국의 IT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입주업체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이곳을 통해서 중동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진출이 용이하다”면서 “한국업체들이 이곳을 한번 방문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바이=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