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벤처정보시스템 제구실 못한다

 정부 독점으로 인한 벤처정보 유통의 병목현상이 심각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기청이 운영하는 창업넷(http://www.changupnet.go.kr)과 벤처캐피털 전자보고시스템 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벤처업계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보의 각종 시스템이 오히려 정보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창업넷은 지난 2000년 12월부터 중기청이 운영하는 창업 관련 법률, 조세, 동아리, 컨설팅, 보육사업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DB화된 온라인 서비스로 창업 관련 자료를 한 공간에서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정보축적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기청이 전체 창업보육센터(BI)들의 관리차원에서 정보를 수합, 평가하는 데만 활용될 뿐 센터가 안고 있는 현안을 개진할 수 있는 양방향 소통 경로나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일방적인 정보서비스에만 국한돼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각 BI들은 정보교환시 전화나 e메일 등 개인적인 네트워크에만 의존할 뿐 창업넷 등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통로는 막혀 있다. 이에 따라 벤처업계에서는 각종 정보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이나 벤처캐피털들이 주체가 되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기청이 의도적으로 집단적 의견개진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벤처캐피털의 통합 DB 구축을 위해 중기청과 중진공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회사인 C사에 의뢰해 구축한 전자보고시스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구축 당시 시스템의 방식 및 보고 체계와 관련해 많은 논란도 빚었지만 중기청과 중진공은 실시간 정보교류, 업계현황 파악 등 벤처캐피털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는 대의아래 시행을 강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통계자료는 최근에야 거의 집계가 완료되고 1분기 투자, 투자재원 등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마저 1달여가 지난 뒤에야 잠정치가 만들어졌다. 이마저 중기청과 중진공이 정보공개를 꺼려 벤처캐피털들의 정보 공유, 교류, 활용이라는 구축 취지는 아예 살리지도 못하고 있다.

 실제 DB에 대한 각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접근이 봉쇄된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이 구축되기 이전에 정보를 취합하던 벤처캐피털협회조차 DB 활용이 막혀 있다.

 각종 비리사건으로 업계가 술렁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벤처캐피털들의 경영정보를 공개, 투명경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직접 운영을 통해 정보를 독점하기보다는 업계의 참여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민간기관이나 관련협회 등에 시스템 운영을 맡겨 벤처업계의 원활한 정보흐름을 돕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