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모자이크 바이러스가 식물체를 감염시키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고려대 생명공학원 박영인 교수팀은 국내에서 자생하는 야생쑥부쟁이(학명 Aster yomena)에서 분리한 오이 모자이크 바이러스(CMV-As)를 병원체로 이용해 감염과정을 연구한 결과 이 바이러스의 인산화 단백질인 2a 폴리메라제(polymerase)의 인산화가 저해될 경우 바이러스의 확산이 촉진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CMV-As에 취약해 전신 모자이크 증상으로 감염되는 담배와 이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갖고 있어 국부반점 증상만 나타나는 콩과식물의 일종인 동부(cow pea)의 감염 차이를 조사한 결과 2a 폴리메라제가 인산화되는 경우 이 바이러스가 식물체 내에서 복제되기 위해 필수적인 복제결합체(replicase complex)의 형성이 저해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성과는 식물 바이러스 복제 관련 효소의 인산화를 처음으로 증명한 업적이 인정돼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엠보(EMBO) 5월 1일자에 국내 과학자로는 두 번째로 게재됐다. 또 이 결과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숙주 특이성을 나타내며 어떤 감염경로를 거치는지 식물의 신호전달체계와 관련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박 교수는 “앞으로 분자생물학적인 관점으로 후속연구에 착수해 식물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갖는 무우·배추를 포함한 작물의 유전육종을 가능케 해 고품질·다수확 작물의 신품종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