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업계의 사업전략이 뚜렷하게 이원화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철수연구소·하우리·한국트렌드마이크로·시만텍코리아 등 백신업체들은 각각 ‘다양화’와 ‘전문화’로 사업전략의 줄기를 잡고 시장공략에 새롭게 나서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와 시만텍코리아는 ‘다양화’로 새롭게 가닥을 잡았으며 하우리와 한국트렌드마이크로는 ‘전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화’ 전략은 백신 이외에 침입탐지시스템(IDS), 방화벽, 가상사설망(VPN), 공개키기반구조(PKI) 등의 제품을 조합해 하나의 통합솔루션을 만들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려는 것이며 ‘전문화’는 백신에만 주력하고 사안에 따라 다른 보안솔루션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다양한 시장수요에 대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철수연구소와 시만텍코리아가 ‘다양화’ 전략으로 돌아선 것은 보안시장의 수요가 이미 필요에 따라 개별 솔루션을 구매하는 형태에서 통합솔루션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안시장의 필수제품인 백신업체의 신뢰도와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더해진다면 통합보안시장에서도 선점하기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는 백신, PKI, 방화벽을 하나로 묶은 PC용 통합보안 솔루션을 3분기 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또 현재 개발중인 침입방지시스템(IPS)을 연내에 출시하고 이어 자사 보안솔루션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통합보안관리솔루션(ESM)을 내놓을 예정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410억원의 매출목표중 60억원 정도를 통합보안 제품으로 거둬들일 계획이다.
김철수 안철수연구소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필수적이며 PC용 통합보안솔루션을 그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통합전략은 모든 보안솔루션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 분야의 경우 다른 보안업체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만텍코리아(대표 최원식)는 방화벽, 백신, VPN, 콘텐츠필터링, IDS 기능을 합친 기업용 통합보안솔루션 ‘시만텍게이트웨이시큐리티’를 이달말에 출시한다. 또 같은 기능을 가진 PC용 통합보안솔루션을 9월에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방한한 시만텍의 데이빗 사익스 북아시아지역 사장은 “님다나 코드레드 바이러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네트워크 보안은 ‘혼합된 위협’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스위스칼’과 같은 다목적 솔루션”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전문화’를 고집하는 하우리와 한국트렌드마이크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에 주력하면서 현재 초기 성장단계인 기업용 백신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또 섣불리 통합보안을 지향해 다른 보안업체를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실리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하우리(대표 권석철)는 백신제품 다양화와 더불어 국내 보안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IIS웹서버용 백신과 리눅스 기반의 e메일 서버용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리눅스시큐리티와는 일본의 모 대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백신·방화벽 통합 어플라이언스를 함께 개발중이다.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기본적으로 통합솔루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다른 보안솔루션 업체와의 협력”이라며 “핵심역량인 백신 기술을 높이고 기술라이선스 등 특화된 판매방식을 취한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트렌드마이크로(대표 박기헌)는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자사 백신의 장점을 살려 국내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일부 플랫폼 지원에 그치는 경쟁사와 달리 이 회사는 윈도 계열은 물론 리눅스, 유닉스 등의 운용체계와 로터스, 익스체인지 등 그룹웨어를 지원하는 백신을 앞세워 기업용 시장의 입지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또 통합솔루션 수요에 대해서는 시큐어소프트, 인젠, 퓨쳐시스템 등 통합보안을 지향하는 국내업체와 협력을 통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