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회 기관평가제 전면 개선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총리실 산하 3개 연구회 기관 평가 결과

 최근 정부가 실시한 출연연구기관들에 대한 평가 결과가 알려지면서 이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일부 연구원은 “평가 항목은 동일하지만 만점 기준이 연구회마다 제각각이어서 일목요연한 분석이 불가능하다”며 “과학기술 관련 3개 연구회 산하 기관 전체를 계량평가한 뒤 등급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연구원마다 성격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계량화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기 때문에 평가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연구원들이 평가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도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부 출연연의 연구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자율적인 연구 문화 정착을 위해 매년 초 기관운영 평가와 연구사업분야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중 연구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평가가 연구사업 분야 평가다.

 기관경영 평가 결과는 국무총리실과 기획예산처에 제출돼 출연연 육성정책 및 인건비 편성자료로 활용되지만 연구사업분야 평가결과는 각 출연연의 기관고유사업비 예산사전조정 자료로 이용돼 낮은 점수를 받은 기관은 예산상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사업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기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3개 연구회는 최근 종합평가를 마무리했지만 예산에 반영되는 연구사업 평가 점수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기관운영과 연구사업을 합쳐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7개 출연연의 경우 ETRI가 종합점수 88.623점을 얻어 1위, 전기연이 87.240점으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기계연 81.443점, 화학연 77.969점, 생기연 73.203점, 식품연 69.171점, 한의학연 55.691점 순으로 알려졌다.

 부문별 평가에서는 기관운영분야에서 전기연과 ETRI가, 연구사업분야에서 ETRI·기계연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산하에 4개 출연연을 두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의 경우 연구사업분야 78점, 기관운영분야 42점 등 120점 만점으로 평가했으며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4개 기관 모두 90점 이상을 받는 등 점수 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구사업분야 5단계 평가에서는 KIST가 A, 기초연이 B, 천문연이 C, 생명연이 D등급을 각각 받았다.

 공공기술연구회는 다른 연구회와는 달리 등급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평가 결과에 따르면 표준연이 최우수인 A, 건설연이 우수인 B, 항공우주연·철도연·지질자원연·에너지연이 보통인 C, 해양연이 미흡인 D, KISTI가 불량인 E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낮은 등급을 받은 출연연은 내년 예산편성과 연구사업 추진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특히 불량등급을 받은 일부 기관에서는 사전에 평가 점수를 입수한 뒤 연구회를 찾아가 항의하는 등 평가 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공공기술연구회 이사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관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정형화된 평가 결과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구회의 또다른 관계자는 “연구사업 평가가 기관고유사업비 배분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평가 점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부도 이번 평가에서 꼴찌한 기관이 다른 연구회로 줄을 섰을 경우 1등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