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해법을 찾아라>(3)추가지원

 정부와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확보해서라도 해외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은 추가 자금지원의 어려움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깨끗한 ‘마이크론코리아’가 아닌 10조원의 부채를 갖고 있는 하이닉스에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에 들어가는 짓이라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은행권은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투신권은 부실상각률을 더 상향시켜야 하는 뻔히 보이는 출혈을 또 감수해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항변이다. 반면 하이닉스는 15억원의 신규 자금을 시중금리보다 낮게 지원하고 잔존법인의 부채를 1조7000여억원이나 탕감해줄 여력이 있다는 현재의 하이닉스를 조금만 더 도와달라며 추가 자금지원을 놓고 채권단과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 입장=신임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2일 “하이닉스반도체를 매각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신규 자금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지가 있다면 마이크론과도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또 2조9000억원에 해당하는 전환사채(CB)를 내달 1일 출자전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채권단이 추가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이후 발생할 부실에 대해 대손충당금과 부실상각률을 대거 상향 조정해야 하는 데서 비롯된다. 벌써 투신사들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MOU 승인이 부결됨에 따라 하이닉스 채권에 대해 부실상각률을 대거 상향하고 나섰다.

 현대투신운용은 지난주 하이닉스 회사채에 대해 종전 20%에서 60%로 추가 상각했고 투신권 중 하이닉스의 최대 채권율을 갖고 있는 한국투신운용도 20%에서 50%로 높였다. 투신사 한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수준에서 상각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투신사들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결국 투신권은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불투명한 만큼 부실부분에 대해 감수하는 반면, 채권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조흥은행의 경우 70%까지 하이닉스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았지만 신규 지원을 하게 되면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추가 지원하게 되면 채권금융기관 고객들이 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입장=하이닉스가 채권은행단에 제출한 ‘독자생존방안’에는 D램시장 예측 시나리오에 따라 기본 방안과 보수적 방안 두가지로 구분돼 있다. 기본방안은 올해와 내년 128Mb SD램 가격 기준으로 약 4달러를 유지한다면 회사의 현금흐름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며 300㎜ 설비투자 등 계획된 시설투자와 부채상환 후에도 상당한 여유현금을 축적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128Mb SD램이 3.3달러선에 머물 것으로 가정한 보수적 방안은 회사의 대책만으로 부채상환 능력의 일부가 부족하므로 채권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2003년까지 비메모리 사업분리를 통한 전략적 제휴와 투자유치로 2억∼5억달러를 유치하고 △비핵심·비영업 자산매각 등으로 1조2000억원의 자구노력을 이행하며 △2005년까지 시장상황에 대응해 300㎜ 신규투자조정 및 탄력적인 투자집행으로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자구계획도 담고있다.

 기본안에서는 올해와 내년의 D램 평균가격을 4달러로 보고 있다. 올해 4.3달러, 내년 3.9달러, 2004년 2.7달러, 2005년 1.9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거의 대부분의 시장기관이 올해 이후 D램시장을 낙관하고 있어 예상 수준으로 D램가격이 전개된다면 올해 5조819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자구계획을 통해 1조85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수적 방안은 시장기관의 낙관론과 달리 메모리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D램가격을 올해 3.6달러, 내년 2.9달러, 2004년 2.0달러, 2005년 1.4달러 등으로 틀을 잡고 있다. 이같은 전제로 보면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4280억원과 5190억원 수준의 기말현금을 보유할 수 있지만 3조원의 차입금 상환이 돌아오는 2004년에는 2조2000억원의 현금부족이 예상된다.

 이 경우 유상증자 등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과는 별개로 채권단에서 부채의 상당부분을 탕감해 줘야 한다.

 하이닉스는 채권단에 구조조정촉진법 대상 채권액 4조8740억원 중 40%인 1조9500억원의 부채탕감 또는 출자전환과 남는 부채의 이자지급을 1년간 유예하면 남는 부채는 내년 이후 5년간 분할상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같은 요건만 충족되면 3월말 현재 본사기준 124%인 차입금비율이 63%(출자전환시)로 떨어지고 2조3000억원의 현금흐름 개선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