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39쇼핑·현대홈쇼핑·LG홈쇼핑 등 주요 케이블TV 홈쇼핑 채널이 과소비와 충동구매를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업체간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제 판매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의 경품을 제공하는 등 충동구매를 유도해 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에서도 홈쇼핑업체의 과당경쟁이 ‘수위’를 넘어섰다며 채널권을 제한하거나 불매운동까지 준비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충동구매의 ‘본거지’=지난해 2조원의 시장규모를 보인 홈쇼핑이 지나친 경품과 사은품 경쟁으로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홈쇼핑채널은 최근 여름철을 앞두고 본격적인 에어컨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나 브랜드로 차별화가 힘들자 대대적인 사은품과 경품행사를 벌이고 있다.
CJ39쇼핑은 대형 에어컨을 구매하면 소형 에어컨을 끼워주거나 김치냉장고와 같은 경품을 준다는 방식으로 판촉에 나서고 있다. 대형 에어컨 가격에 맞먹는 이 같은 경품에 쏠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전화를 걸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에 반품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신청한 후 경품에 당첨되면 구매하고 그렇지 않으면 취소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CJ39쇼핑에서 물건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정작 사고자하는 제품보다는 경품 때문에 신청한다”며 “경품에 당첨되지 않으면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충동구매는 자연스럽게 반품 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택배·CJGLS에 따르면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물량이 매월 10% 안팎으로 늘고 있지만 반품비율도 30%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품이 높은 상품으로는 의류와 보석·미용기구·중소기업 가전제품을, 취소 주문이 높은 상품으로는 PC·가전제품을 꼽고 있다. 실제로 CJ39쇼핑의 경우 반품비율은 사업초기 5%대에서 지금은 평균 20%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근본 원인은 채널권=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은 1차적으로 ‘채널’ 때문이다. 시장경쟁이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유선방송사업자(SO)와 제휴 및 투자를 통해 케이블TV의 로열 채널을 독식하고 있다.
실제로 시청률이 높은 10번내 채널 가운데 공중파 채널을 제외한 나머지 ‘징검다리 로열 채널(7·9번 혹은 8·10번)’은 모두 홈쇼핑 업체가 선점하고 있다. 100여개가 넘는 프로그램업체(PP) 가운데 불과 5개 업체가 이를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본의 아니게 채널 선택권을 빼앗기고 있다. 여기에 정부에서 허가받은 5개 홈쇼핑업체 이외에도 SO 자체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홈쇼핑과 유사한 상품 광고를 내보내 케이블TV는 ‘홈쇼핑 천국’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YMCA 등 시민단체가 홈쇼핑 채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에서 홈쇼핑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우선 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조율할 것을 건의하고 있으며 여의치 않을 시 실력행사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대안은 없나=전문가들은 홈쇼핑 채널 폐해의 대안으로 조심스럽게 ‘채널 지정제’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SO에 관계없이 20∼24번 혹은 30∼34번과 같이 홈쇼핑 채널을 따로 지정해 쇼핑을 원하는 사람은 해당 채널을 방문해 물건을 사는 방식이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방송위원회의 좀 더 강력한 제재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격파괴를 주도하며 유통혁명의 주역으로 떠 오른 ‘홈쇼핑 채널’이 과연 일각에서 제기되는 곱지 않은 시선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e쇼핑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확고하게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